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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변산 (Sunset in My Hometown , 2017)


동대문 메가박스 시사회로 보고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족스러웠다.

이준익 감독이 그려내는 청춘이 전형적일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전혀 기대를 안 하고 봤기에 더 좋았다.


장르는 코미디에 가깝다.

성장, 청춘에 대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유머에 있다.

서사에 있어서 뻔하고 예상가능한 부분조차도 웃느라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캐릭터의 매력이 컸다기보다 배우의 매력이 큰 영화다.

박정민, 장항선 등 늘 제 몫을 해주는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고준, 김준한, 신현빈 등 조연캐릭터들의 연기가 특히 좋았다.

영화의 등장하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가진 매력이 커서 캐릭터의 단점까지 채워주는 느낌이 들었다.

김고은은 장면마다 연기의 편차가 느껴졌는데, 무엇인가에 푹 빠져서 즐거워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좋겠다고 느꼈다.


힙합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사실 힙합의 비중은 크지 않다.

박정민이 직접 가사를 썼다고 하는데, 가사의 퀄리티를 떠나서 몇몇 장면에서는 랩이 등장하는 게 작위적으로 보였다.

물론 영화 마지막을 비롯해서 전체적으로는 영리하게 사용되었다고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았다.

전사와 캐릭터의 기분을 랩으로 표현해버리는건 연출자 입장에서 요긴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보면서 가장 와닿았던 정서는 고향에 대한 애증이다.

고향에서 겪은 흑역사에 가까운 과거를 잊고 싶고,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금의환향하고 싶은 마음.

물론 현실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런 애증을 가지고 도망치는 사람이 있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사람이 있다.

박정민과 김고은 캐릭터는 각각 전자와 후자를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박정민을 보면서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속 화자의 이야기와 떠올랐고, 내가 최근 하는 고민들도 떠올랐다.

도망치기 위해서 합리화를 하고 고민을 유예 시키는 건 건강한 방식은 아닐 거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가장 큰 문제겠지만.


신파적인 분위기가 나는 장면들은 하나 같이 어색했는데, 그 이유에는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유머의 기운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거대하고 찌질한 농담을 한 편 본 기분이다.

물론 아주 기분 좋게.


최근 품고 있는 고민과 닿아있는 지점도 꽤 있고, 많이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삶에서 타협할 부분과 포기하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한 기준을 생각해보게 된다.

무겁게 말고 재밌게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