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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세븐 싸이코패스 (Seven Psychopaths , 2012)


마틴 맥도나의 작품은 '쓰리빌보드'가 처음이었다.

그 짜임새가 놀라웠다.

다음으로 데뷔작인 '킬러들의 도시'를 봤다.

나의 취향이 완전하게 들어맞았고 난 이제 꼼짝없이 마틴 맥도나의 팬이 되었음을 느꼈다.


'세븐 싸이코패스'도 역시나 매력적이다.

짜임새에 있어서는 오히려 이 작품이 데뷔작 같다.

창작자의 대본과 실제가 엮인다는 면에서는 찰리카프먼이 각본을 쓴 '어댑테이션'이 떠올랐다.

각본은 찰리카프먼을 떠올릴지 몰라도 연출에 있어서는 여러모로 쿠엔틴타란티노가 생각난다.

내 결론은 앞에서 언급한 이들을 두 합친 것 이상으로 마틴 맥도나의 작품은 매력적이라는 거다.


'킬러들의 도시'에서 호흡을 맞춘 콜린파렐의 억울한 표정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싸이코패스에 대해 쓰다보니 어느새 싸이코패스가 되어가는 듯한 그 태도도 흥미롭고.

'쓰리빌보드'에서 프란시스맥도맨드가 쓴 반다나는 '디어헌터' 속 크리스토퍼 웰켄에 대한 오마주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세븐 싸이코패스'에는 아예 그가 직접 등장한다.

감독의 덕심이 캐릭터에 묻어나기도 한다.


우디 해럴슨은 이 작품에서나 루벤 플레셔 감독의 '좀비랜드'처럼 거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여린 감성을 보여주는 게 잘 어울린다.

토끼를 들고 찾아온 싸이코패스를 연기한 사람이 톰웨이츠라는 건 크레딧 보고 알았다.

톰웨이츠의 음악을 그리 즐겨듣지 않아서 그를 못 알아봤고, 웨인 왕 감독의 '스모크' 음악을 만든 사람이 이 사람이라는 게 묘했다.


명백하게 딱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다.

'킬러들의 도시'와 '쓰리빌보드'가 딱 맞아떨어진 각본에 세련된 연출을 얹은 영화라면, '세븐 싸이코패스'는 좀 더 막 나간다.

완성도에 있어서는 좀 떨어질지 몰라도 창작에게 브레이크 없이 극단으로 가보는 경험은 필수가 아닐까.

그런 경험이 이 영화에도 반영되어서 시나리오 쓰는 이의 복잡한 심정도 반영되었을 거고.


그의 영화를 보면 볼수록 그의 각본으로 올라가는 공연이 있으면 바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런던에서 봤던 '레미제라블'보다 그의 공연이 더 재밌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