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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이야기

한국영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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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영화계의 문제점은 극장에서의 수입이 영화전체수익의 80%를 차지하는 것과, 다른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DVD시장이나 기타 시장이 전무하다는 산업적인 문제점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영화계의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는 전문작가와 전문피디가 필요하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외국은 제작자 중심인데 반해서 우리나라는 감독 중심이라는 것이다. 외국은 제작자와 피디가 좋은 시나리오를 보면 그 시나리오를 감독들에게 의뢰하고 제작에 들어가는 형태이다. 대신에 최종편집권은 감독이 아닌 제작자가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최종편집까지 자신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감독의 권력이 보장된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일단 피디의 문제. 감독의 권한이 크다는 것은 감독이 모든 것을 다해야한다는 것을 말한다. 제작비에 맞춰서 '아 이렇게 연출하면 70억 들겠다'라고 감을 잡을 수 있는 감독은 세상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와 제작비에 맞춰서 촬영횟수와 촬영의 규모를 대략적으로 틀을 잡고, 효과적으로 촬영횟수를 맞출 수 있는 피디가 반드시 필요하다. 감독이 프레임 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감독이 집중할 수 있도록 프레임 밖의 모든 일을 해결할 유능한 피디가 필요하다.

  감독이 영화의 아버지라면 피디는 영화의 어머니이다. 하지만 우리영화계에서는 현재 영화 전체가 아버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 피디가 능동적으로 기획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하며, 이 문제는 지금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이 필요하다. 각종 교육기관과 전국에 있는 대학에 있는 연극영화과에서도 감독뿐만 아니라 피디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시나리오작가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겸하는데, 각본을 쓰는 데 드는 에너지와 연출을 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둘 다 굉장하다. 물론 감독이 자신이 만족할만한 각본을 만들기 위해서 각본을 자신이 직접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환 관행이 생긴 것은 전문 작가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템을 좋은 시나리오로 만들어줄 작가가 생겨난다면, 제작자들이 아이템을 선별하고, 그 아이템을 전문작가가 시나리오화 시키고, 그 시나리오를 감독들에게 의뢰한다면 감독이 연출에 더 많은 집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좋은 예가 '황산벌','왕의남자','라디오스타','즐거운인생','님은먼곳에', 등에서 호흡을 맞춘 이준익 감독과 최석환 작가이다. 이준익 감독은 모든 작품을 최석환 작가에게 맡겼다.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이준익 감독은 최석환 작가에게 그 아이템을 맡겨서 시나리오화 시킨다. 이러한 식의 작업방식은 감독들에게 연출에 집중할 시간을 늘려준다. 물론 이러한 작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문작가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영화계의 시스템 속에서 감독이나 제작자가 아이템을 맡길 수 있는 전문작가가 몇이나 있겠는가.

  전문작가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처우도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들은 우리나라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처우가 별로 안좋기 때문에 감독에 데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독에 비해서 작가가 받는 대우는 형편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에 지금의 시스템으로 계속간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무수히 많은 감독들이 아이템고갈과 피로로 많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될 것이다. 결국 그렇게 되면 우리의 손해가 아니겠는가. 시스템을 한번에 바꾸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하다. 차츰차츰 현재 자라나는 영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시스템에 맞춰서 교육을 시킨 뒤에, 그들이 영화계에 진출해서 그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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