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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끝내주게 멋있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만 봐도 러닝타임이 금방 지나간다.
'렛미인'을 정말 좋아하는데,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은 스웨덴이 아닌 헐리우드를 무대로도 자신의 재능이 유효함을 증명해낸다.
뱀파이어 대신에 스파이들이 나오는데, 여전히 인물들간의 정서를 포착해내는 데에는 탁월한 감독이다.

원작소설과 스파이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음에도 굉장히 재밌게 볼 수 있다.
스파이 영화의 큰 스케일을 기대하기보다는 좋은 드라마를 기대하는 것이 이 영화를 보기에 편할 것이다.
오히려 스파이 영화라고 하면 연상되는 액션 활극이 아닌 스파이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드라마이기에 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게리 올드만의 무표정은 아예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냉전시대를 표정으로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가장 좋았던 배우는 마크 스트롱인데, '킥애스'나 '셜록홈즈'를 비롯해서 악역으로 참 많이 나오는 배우인데 이 영화 속에서 제일 뛰어난 내면연기를 보여준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존 허트와 톰 하디는 짧은 분량임에도 큰 존재감을 보여준다.

토비 존스는 보는 내내 필립 세이프어 호프만을 닮았다고 느꼈는데, 그러고 보니 두 배우 모두 각각 '인포머스'와 '카포티'에서
카포티를 연기한 적이 있다.
콜린 퍼스는 최근 좋았던 영국영화에는 거의 무조건 등장하고 있다고 느껴질 만큼 필모그래피를 실속있게 채워나가고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셜록홈즈 TV시리즈의 주연이라는 것만 알고 이 영화를 통해서 처음 보았는데 정말 매력적으로 생겼다.
어쩜 이리도 신비롭게 생겼을까.
'향수'에서 벤 위쇼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페드르 알모도바르의 영화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던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음악도 이 영화가 재밌었던 이유 중에 하나이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음악 위에 인물들의 일련의 행동들을 쭉 보여주고 바로 엔딩크레딧으로 넘어가고, 엔딩크레딧에서 바로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데,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 배우 조합상이 2008년까지는 최고의 배우 캐스팅상이라는, 영화 전체의 캐스팅이 제일 좋았던 영화에게 주는 상이 있었다.
2008년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년에는 '미스리틀선샤인', 2006년에는 '크래쉬', 2005년에는 '사이드웨이', 2004년에는 '반지의 제왕3'가 수상하는 등,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항상 이 부분을 수상했는데, 아마 올해에도 시상을 했다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수상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였다.

토마스 알프레드슨은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사를 쓰지 않고 효율적인 장면을 만들자가 아니라, 인물들의 소통에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 같다.
덕분에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임에도 관계가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인물들간의 관계와 정서도 충분히 잘 전달된다.
'렛미인'의 마지막 기차 속에서의 소년의 미소처럼,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살짝 웃음을 지어보인다.
토마스 알프레드슨이 영화 마지막에 마치 보너스처럼 던져준 그 미소가 보고 싶어서라도 그의 영화를 계속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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