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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고백 (Confessions, 2010)




좋아하는 일본 감독을 묻는다면 주저없이 나카시마 테츠야라고 대답할 것이다.
매작품마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가운데 발전해가고 있다는 면에서, 나카시마 테츠야에게 있어서 그의 최고작은 그의 최근작이 될 것이다.

원작소설의 무거움 때문에라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에게 연출을 맡길 생각을 안 했을 것이라고 느꼈지만,
결론적으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굉장한 작품을 만들어버렸다.

이 무거운 메시지의 영화를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과장된 톤으로 연출한다.
그리고 그 과장된 톤은 오히려 메시지를 무겁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환상적인 부분은 오프닝이다.
뛰어노는 학생들 사이로 여선생의 고백이 시작되는 부분은 정말 압권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통틀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구축한 감독 중에 한 명이 나카시마 테츠야일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거꾸로 가는 시계를 이용해서 플래시백을 사용한 편집도 좋았고,
가장 잔인한 순간에 슬로우모션을 사용하고, 나레이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부분도 좋았다.
인물들의 고백이 차례로 계속되는 가운데, 서로의 고백 속에 불쑥불쑥 끼어들어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식의 편집도 좋았다.

분명히 영화의 톤은 한결 같음에도 굉장히 다양한 정서가 담겨있다.
같은 해 일본영화 시상식을 양분했던 '악인'과 비교해서 봤을 때도 '고백'이 훨씬 좋았다.
화법에 있어서 '악인'과 '고백' 모두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악인'은 정적인 분위기를 선택했고, '고백'은 만화적 상상력과 과장된 톤을 선택했고,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후자의 선택이 더 큰 감흥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마츠 다카코의 무표정이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무엇보다 학생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참 주연 여배우를 잘 살리는 감독 같다.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말 많은 주제를 이런 톤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여러모로 놀랍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영화 톤을 변신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이렇게 자신의 개성을 유지한 채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