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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이야기

조언 혹은 위로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지낸, '친구'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는 교복을 입었던 시절 내내 학교가 끝나면 함께 동네를 뱅뱅 돌았다.

땀이 땅에 뚝뚝 떨어지는 여름부터 발이 시려워서 걸음거리가 빨라지는 겨울까지, 때로는 침묵하고 때로는 미친듯이 말을 하며 계속해서 동네를 돌았다.
아니, 끝없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걷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생이 된 지금 그 친구와 나는 꽤나 바빠졌고 지금은 연락만 자주할 뿐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다.
몸은 멀어졌어도 그 친구는 내게 자신의 고민을 말했고, 나는 그 때마다 서슴없이 조언을 해주었다.

어느날 친구는 내게 말했다.
'네가 내게 해주는 조언들이 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자꾸만 나를 꾸짖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나쁠 때가 있어. 물론 조언도 필요한 건데, 난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그런 사람이 너라고 생각해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해.'

그 친구의 이야기에 난 할 말이 없었다.
그 친구가 '위로받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말했던 수많은 상황에서 난 그 친구의 말에 딱딱한 조언으로 대답했다.

방금 오랜만에 그 친구가 아닌 다른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그 친구에게 고민을 말하자 그 친구는 내 상황을 아주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아주 정확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내 자신이 참 못나보일만큼 멋진 조언을.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전화를 건 이유는 위로를 받고 싶어서였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실망하지마'
이런 류의 위로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위로받고 싶다'라고 타인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참 부끄럽다.
내 자신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러하기에 타인이 존재한다.

전문적으로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람은 못 되더라도 묵묵히 옆에서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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