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스키모인들은 고민이 생기면 계속해서 걷는다고 한다.
그리고 고민이 좀 사그러질 때쯤 걷던 것을 멈추고 깃발을 꽂아둔다고 한다.
그리고 훗날 다시 고민이 생겼을 때도 계속해서 걸으면서
깃발을 지나가면 '내가 그 때보다 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깃발을 지나가지 않으면 '내가 그 때보다는 좋은 상황이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2.
정두홍 무술감독은 고민이 생기면 일단 뛴다고 한다.
정말 탈진할만큼 뛰고 나서도 머리에 고민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큰 고민이고,
머리 속에 고민이 사라지면 별 고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넘어간다고 한다.
3.
오늘은 무작정 걸어보았다.
기숙사에 혼자 있으면 답답함에 몸부림칠 것 같아서 중앙시장에 갔다.
중앙시장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도 처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민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머리 속에서 고민이 사라지지 않는다.
에스키모인으로 치면 깃발을 꽂을 지점이 보이지가 않고, 정두홍의 말 대로라면 지금의 고민은 큰 고민이다.
내가 지금 머리 속에 품고 있는 고민의 가장 큰 문제는 이 고민이 앞으로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질 확률이 희박하는 것이다.
해결되지 않는 고민인데, 평생 짐처럼 안고가야할 고민이다.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해서인지 고민 때문인지는 몰라도 숨이 턱턱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