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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최근에 케이블에서 하고 있는 '더 로맨틱'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외국에 가서 남자들과 여자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여행과 연애, 두 가지 판타지의 화학작용은 언제나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비포 선라이즈'는 연애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렸다.
여행지에서의 만남, 그리고 사랑.
'비포 선라이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관광지로 만든 것을 넘어서, 여행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사랑이라는 목적지를 추가해주었다.

에딘 호크가 줄리델피를 바라보는 순간, 살짝 줌인이 들어간 그 시점부터 두 사람의 화학작용은 시작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시시콜콜하다.
추억이 없는 연애가 한심하다고 말하는 영화 속 대사처럼, 두 사람은 시시콜콜한 대화로 추억을 만들어나간다.
보통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여행을 하기에,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간직해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여행지에서의 설렘을 더해줄 것이다.
가뜩이나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만드는 추억이라면 얼마나 낯설겠는가.
그 낯선 기분이 낯섦음인지 설렘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사랑을 하면, 좋아하는 것이 생겼을 때 그것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만약 사랑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면 어떨까.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다보니 어느새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지 않는가.

여행지에서 남녀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
지금 함께 낯선 곳에 있기에 좋은 것일까, 아니면 이 사람이 내 인연이고 사랑이기에 좋은 것일까.
둘은 계속 장난처럼 우리 어차피 다시는 못 만날 거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영화에서 가장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두 사람이 함께 추억을 쌓아던 장소를, 두 사람이 이별한 뒤에 비춰주는 엔딩이다.
둘의 추억은 장소에는 남아있겠지만 과연 이들의 기억 속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어떻게 유지될까.
서로에 대한 어떠한 편견도 없고, 타지에서 서로에게만 의지했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여행지에서만 유효했던 것일 수도 있다.

이별을 알고도 연애를 시작한다.
짧은 인연임을 알고도 사랑을 시작한다.
이 둘은 서로를 어떻게 기억할까.
여행지에서의 짧은 인연, 내 인생 최고의 연인,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유일한 사람.

이들의 아름다운 기억은 희석될 수도, 과장될 수도, 편견으로 남을 수도 있다.
훗날의 재회를 약속했지만, 만나는 것도 만나지 않는 것도 이들에게는 모두 두려운 일이 되지 않을까.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타지에 아름다운 사랑을 새겨넣을 수 있는 것은 멋진 일이다.
편견없이 만난 두 사람임에도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순간이 있었다.
어쩌면 가장 큰 편견은 상대방의 배경에서 오는 편견이 아니라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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