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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산탄총을 든 부랑자 (Hobo With A Shotgun, 2011)



영화 '그라인드 하우스'가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보면서 느낀 점이라면 과연 저 가짜예고편이 장편으로 만들어지면 얼마나 웃길까 하는 것이었다.

'산탄총을 든 부랑자'는 '그라인드 하우스'의 가짜 예고편 중 하나이다.
가짜 예고편에서 진짜 장편으로 탄생한 '마셰티'와 마찬가지로 B급 영화이다.
'마셰티'에 비해서 유머는 덜하고 고어 성향은 더한 영화이다.
면도날 망치는 지금 생각해서 참 섬뜩한 아이템이다.

역시나 내용도 간단하다.
범죄투성이 마을에 도착한 부랑자가 마을에서 범죄를 주도하는 이들을 보며 분노해서 산탄총을 들고 그들과 맞서싸운다는 내용이다.

'데쓰프루프'와 비교가 되었다.
'데쓰프루프'는 관객에게 쾌감을 주는 과정에서, 선악 구도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장면마다 바뀌어서 방금까지 응원하던 이가 다음 에피소드에서 두들겨 맞고 있으면 쾌감을 느끼는 식이다.
'산탄총을 든 부랑자'는 정말 전형적인 방식으로 선악구도를 설정해놓고 관객에게 선을 응원하게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못 만들었다기보다 B급 영화라는 기준에서 이 영화는 지극히 전형적이고, '데쓰프루프'가 굉장히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B급 영화이기에 보통 영화를 기대하고 본다면 완전 킬링타임용, 아니 기분 나쁜 킬링타임용 영화가 될 것이다.
워낙 잔인한 장면이 많다.

생각해보면 내가 찾는 영화는 잘 만든, B급 영화에 잘 만들었다는 수식어 붙이기도 웃기지만, 아무튼 명작 B급 영화를 찾아서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영리하지 못한 전형적인 B급 영화는 말 그대로 진짜 B급 영화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은 B급 영화는 명작이라고 하는, 평가가 좋은 영화가 아니면 안 보는 편이다.
고어 성향이 도구적으로 쓰였을 때는 '쏘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나감에도 불구하고 작품마다 이렇게 완성도 차이가 큰 것을 보면, 확실히 감독들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 같다.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스가 참 대단한 감독이라고 또 한 번 느낀다.
차라리 예고편으로 봤을 때가 정작 공개된 장편 영화보다 재밌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