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윤종빈 감독의 전작인 '비스티보이즈'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윤종빈 감독만의 스타일이 잘 담겨있는 영화이다.
감독에게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처럼 큰 무기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전혀 다른 세 장르의 장편을 만들어냈음에도 자기 색깔을 분명히 보여준 윤종빈 감독은 차기작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감독이다.

'범죄와의 전쟁'은 한국식 갱스터 영화이다.
서양 갱스터 영화의 분위기만 한국에 가져왔을 뿐, 정서적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 한국 갱스터 영화들과 비교해봐도,
'범죄와의 전쟁'은 품고 있는 정서와 분위기 모두 완전한 한국식 갱스터 영화이다.

개성있는 인물들 덕분에, 특히나 주연인 꼰대 아저씨 최익현(최민식) 캐릭터는 그 개성만으로도 서사가 진행되고 시대상이 그려지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한다.
배우들도 두 주연배우인 최민식과 하정우뿐만 아니라 비교적 덜 알려진 조연들의 연기도 굉장히 좋았다.
올해 국내영화 중에 가장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았던 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영웅물이 아니라 꼰대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될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불쌍해 보였던 것은 최익현의 아들이었다.
최익현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걸어온 행보를 생각하면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꼰대에 대한 거부감과 동시에 꼰대와 같은 삶을 배워나가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엔딩은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2'를 연상시켰다.
자식에게만은 꼰대 짓 안 하고 편히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오늘도 꼰대 짓을 한다.
그런데 과연 꼰대 짓을 한 아버지를 아들은 좋게 생각할까?
어쩌면 영화 마지막에 최익현을 중심으로 아웃포커스 된 장면은 이제 더 이상 필요없어진 꼰대, 어느새 자라서 자리잡은 자식에게 꼰대 아버지는 감사한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부담스러운 존재이기에 유령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 아닐까.

우리 시대의 유령, 윗 세대의 꼰대들이 만들어 간 세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도 그 유령의 후예들이 넘쳐나지만 마치 그 꼰대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인 것마냥 지금 이 세대를 살아가고 있다.
믿음을 배반하는 세대, 그 세대를 관통해서 그들의 밑에서 우리는 자라나고 있다.

꼰대 전성시대라는 제목, 이 제목이 어느 세대에서나 적용될만한 제목일까봐 두렵다.
꼰대라는 말을 정말 싫어하는데, 그 단어가 이 영화에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