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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밍크코트 (Jesus Hospital, 2011)



부모님을 안락사 시킬 것인가.
이 문제를 가지고 형제들은 대립한다.
넌 부모님 부양도 안 하다가 갑자기 왜 난리냐, 네가 요즘 이단에 빠진 것 같다.

'밍크코트'는 부모님 안락사라는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씨인사이드'처럼 안락사에 대한 관점을 던지는 영화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집단에 대해서 말하는 영화이다.
태어날 때부터 속해진 집단,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집단.
가족은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서 때로는 폭력적인 집단이기도 하다.
든든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짊어지고 가야하는 집이기도 한 순간이 있다.
특히나 유교주의 사회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를 견디고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유죄되는 집단, 가족.

감독이 연기연출을 굉장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더불어 핸드헬드 촬영이 준 인물들의 불안감은 영화에 이점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영화에 던져진 영화의 윤리적 질문까지, 보는 내내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떠올랐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황정민은 이 영화에서도 굉장한 연기를 보여준다.
존재감으로는 한국영화 내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강한 캐릭터인데, 황정민은 때로는 '미스트'의 광신도 여자처럼 광기 어리게, 때로는 '지구를 지켜라' 속 순이처럼 여린 모습을 보여준다.
황정민 뿐만 아니라 조연들 모두 연기가 좋았고, 특히 후반부의 한송희의 연기는 영화가 쌓아둔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 아닐까.
사회가 가족간의 행복을 규정짓는 순간, 자신의 기준에서 행복하진 못한 이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그 순간 계급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계급은 행복이라는 개념조차도 수치화시키고 갑과 을의 관계로 만들어버린다.
난 이만큼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어, 넌 왜 가족들과 화목하지 못하지, 가족들과 웃고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 나는 비정상인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자기들의 몫이다.
태생적으로 속한 집단이지만 당위성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심적으로 당한 폭력을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집단이 정말 무서워질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밍크코트'를 보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꼬마아이들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그 꼬마들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또 다시 서로에게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으며 자라나고, 그것이 계속해서 대물림되지 않을까.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조심해야한다고 하지 않는가.
너무 가까워서 무심했던 이들, 한발자국만 뒤에서 봐도 서로가 서로에게 만들어준 상처가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 상처를 보며 말할 것이다.
난 가족인데, 내가 만든 상처가 아닐꺼야.

나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형제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던지는 물음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자라왔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살아갈까.
가족이란 이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