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바스터즈: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군가 내게 타란티노 영화 중에 무엇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의 가장 최근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펄프픽션'이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차지했을 때 '이 작품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의 말대로 그의 영화에는 진지한 메세지따위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적어도 '영화'라는 매체를 그만큼 잘 이해하고 이용하는 감독도 드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은 그 어떤 메세지의 울림보다 더 크다.

한동안 미국의 다른 젊은 감독들에게 눈을 돌렸는데, 결국 그의 영화가 최고인 것 같다.
그의 한계는 어딜까? 이 영화는 예술성을 논할 틈조차도 안준다.
완벽한 오락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못 본 것이 아마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
스폰지하우스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타란티노 특별전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타란티노의 각본 속 대사들이 너무 좋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작품 속 캐릭터들을 통해서 엄청나게 많은 수다를 떤다.
그 수다가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을만큼.

하지만 '바스터즈' 속 대사들은 어느 평론가의 말대로 마치 대사로 총격전을 벌이는 느낌이다.
정체를 감추려는 자와 정체를 알아내려는 자의 대화.
우리는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엄청난 긴장을 하게된다.
서스펜스를 대사로 형성할 수 있는 감독이나 작가가 몇이나 될까.
근데 타란티노는 서스펜스를 대사로 '쓰고' 게다가 '연출'까지 한다.

배우들 같은 경우에, 예고편만 보면 브래드피트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그는 조연이다.
진짜 주인공은 단연 나치군의 장교로 등장하는 크리스토프 왈츠이다.
난 이 배우를 처음 보았는데, 이 사람의 말투와 제스처는 정말 환상적이다.
칸영화제에서 크리스토프 왈츠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크리스토프 왈츠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는냉정한 표정과 조근조근한 말투로 프레임 전체를 단숨에 삼켜버린다.

영화 속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소화한 멜라니로랑은 83년생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만큼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게다가 그녀는 연출로도 주목받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가 기대된다.
'노킹온헤븐스도어'의 주인공이자 각본,제작을 맡기도 한 틸슈바이거의 터프한 연기도 좋았고,
'호스텔' 시리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일라이로스는 감독만 하기에 재능이 아까워보일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란티노의 다음 작품은 과연 무엇일까.
항상 그의 작품은 기대치를 최고로 올려놓고 그 기대치를 가볍게 넘겨버리는 작품을 들고온다.
내게 가장 유쾌한 영화를 묻는다면 난 당연스럽게 '타란티노의 최근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