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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드라이브 (Drive, 2011)

 



평범한 서사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신선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감독이다.
'드라이브'의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좋은 감독이다.
80년대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한없이 세련된 영화이다.

오프닝 자동차 추격 장면부터 관객을 확 사로잡는다.
영화가 내내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이 영리하게 강약조절을 잘했기 때문이다.

폭력하면 떠오르는 크로넨버그나 타란티노 못지 않은 액션 시퀀스가 넘쳐난다.
특히 후반부에 영화가 폭발하면서 시작되는 일련의 시퀀스들은 굉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잔인한 장면은 불쾌하지 않은 선에서 빠르게 편집해버리는 등 영화의 템포에 관객이 말려들어갈 수 밖에 없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주로 호흡을 맞춰온 뉴턴 토머스 시겔의 촬영도 좋았고, 이 영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스텝이라고 한다면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 음악을 맡고 있는, '드라이브'의 음악감독인 클리프 마르티네즈이다.
감독의 요구대로 80년대 신디사이저 느낌의 곡이 영화의 멋을 더해준다.
라이언 고슬링의 무표정과 클리프 마르테니즈의 음악이 합쳐진 장면들이 어찌나 멋지던지.

라이언 고슬링은 계속해서 무표정하게 나옴에도 굉장히 카리스마 넘친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앨버트 브룩스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프레임을 거의 씹어먹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헬보이 분장을 안 하고 나온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던 론 펄먼의 외모보다도 앨버트 브룩스의 외모가 더 악역에 어울린다고 느꼈다.
론 펄먼이 악역보다 순한 역할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느끼는 건 나 뿐이려나.
캐리 멀리건은 소녀가 아닌 엄마 역할로 나와서 어색할까봐 걱정했는데, 어색하고 뭐고 간에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예쁘게 나온다.

칸영화제 수상내역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황금종려상보다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들이 내 취향인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칸영화제가 너무 상업적으로 간다고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인정받을 만큼 좋은 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 않을까.
최근 헐리우드에서 나온 영화들 중에 헐리우드라는 편견을 빼고 봤을 때 훌륭한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가.

적어도 내 취향에서 봤을 때 '드라이브'는 백점짜리 오락영화이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차기작도 라이언 고슬링과 호흡을 맞추고, 자신의 영화가 흥행하면 나중에는 원더우먼 시리즈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한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이 만드는 원더우먼 시리즈라.
수컷 냄새 물씬 나는 영화를 만들어낸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이 그려낸 여성 히어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