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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로스트 하이웨이 (Lost Highway, 1997)




'로스트 하이웨이'는 데이빗 린치 감독의 필모그래피 내에서도 큰 분기점이 되는 영화이고, 영화 역사를 통틀어서도 하나의 사건과도 같은 영화이다.
평론가들은 '로스트 하이웨이'가 21세기 영화를 보는 법을 알려주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이 이미지를 흡수하는 속도가 빨라지지만, 데이빗 린치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의 흐름을 과연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다.

일단 한 번 봐서 이해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영화 자체가 클라인의 병과 같다.
영화 속에는 두 남자가 등장하는데, 이 완전 다르게 생긴 두 남자는 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겉모습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영화를 본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어느새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이 순간 우리는 헷갈린다.
과연 이 둘은 다른 사람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 둘의 행보와 정서는 분명 한 사람 같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너무 지나치게 신뢰한 것일까.

관객이 따라갈 수 있는 서사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서사 안에 숨겨진 다양한 상징들을 생각해보는 것이 데이빗 린치 영화를 보는 큰 재미이다.
그의 영화는 항상 꿈 같다.
특히 몇몇 장면들은 정말 악몽 같다.
기괴한 분위기를 비롯해서 몇몇 충격적인 이미지들.

패트리시아 아퀘트가 1인 2역으로 나오는데, 처음에는 같은 배우가 아닌 줄 알았다.
두 역할이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에, 1인 2역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내 눈썰미가 별로인 것일까.
아무튼 '트루로맨스'에 나왔던 그 패트리시아 아퀘트가 맞나 싶을 만큼, 내게는 그녀가 소화한 역할들이 패트리시아 아퀘트라는 한 배우로 뭉쳐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말한다.
비디오 촬영이 싫다고, 자신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것이 좋다면서.
이 영화 속을 헤매면서 가장 큰 단서로 느껴진 말이다.

고속도로의 이미지는 짧았지만, 데이빗 린치와 고속도로가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물론 갈기갈기 찢긴 시체도 그와 잘 어울리지만.

몽환적인 화면에 락 사운드가 잘 활용된 장면들이 많고,
기괴한 사운드와 함께 어둠을 비출 때, 아무 것도 안 나와도 공포스럽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내게 공포영화이다.

그의 영화를 한 편씩 볼 때마다 후유증이 오래간다.
기괴함에도 계속해서 그 이미지에 끌린다.
죽음은 두려워하면서 잘린 시체 조각에는 호기심을 느끼는 '블루벨벳'의 한 장면처럼.
그의 서사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쌓여서 보여주는 그 기괴함 때문에라도 그의 영화를  계속해서 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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