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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

임소요 (任逍遙 , Unknown Pleasures , 2002) 처음으로 본 지아장커의 영화는 '천주정'이고 굉장한 작품이었다.'스틸라이프'는 흥미로웠고, '24시티'는 너무 정적이라 의무감을 가지고 봤다면, '임소요'는 지아장커의 다른 작품도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이상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분명히 별 거 없는 영화다.캐릭터의 개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2002년도의 중국에서 실제로 외적으로 저런 스타일이 유행인지는 고증해보고 싶다.인물들의 어설프고 실패하는 모습에 피식거리게 되었다.가장 재밌는 지아장커의 영화다. 그런데 씁쓸하다.왜냐하면 여기 나온 모든 게 어설픈 청년이 내 모습 같기도 했으니까.뭘 하려고 해도 계속 잘 안 되는 그 모습이.잘하고 싶은데 기회는 없고, 하지만 멋진 삶을 살고 싶은 그 괴리 사이에서 두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지.. 더보기
24시티 (24 City , 2008) 좋은 작품인걸 알겠으나 정적이라 지루한건 어쩔 수 없었다.흥미로운 지점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반반 정도 섞여있다는 거다.비전문배우와 전문배우가 비슷한 분량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물론 인터뷰 내용은 비슷하다.청두에서의 삶이 담겨있고, 전문배우들은 취재를 바탕으로 한 대본을 연기하는 거고. '트윈픽스'의 팬인 내게 조안첸은 언제 봐도 반갑다.그녀가 인터뷰하는 연기를 하면서 조안첸이 나온 영화에서 조안첸 배우와 닮아서 별명이 생겼다는 에피소드는 묘하게 웃겼다.그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면 아마 비전문배우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지도 모르겟다.자오타오는 지아장커의 페르소나답게 이 영화의 마지막을 여운과 함께 마무리한다.나는 노동자의 딸이니까요, 라는 말과 함께. 지아장커는 중국인의 삶을 그려내기 위한 최적의 방법.. 더보기
스틸라이프 (三峽好人: Still Life , 2006) 지아장커의 영화 중에 '천주정'을 제일 먼저 봤다.알고 보니 '천주정'은 지아장커 영화의 전기와 후기를 나누는 느낌까지 드는 영화다.그 이전까지 정적으로 다큐멘터리처럼 영화를 다루던 감독이, '천주정'부터는 장르영화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차용했으니까.물론 난 그의 변화에 대해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다.그는 여전히 중국인의 삶을 담고 있고, 좀 더 효율적인 방법론을 택할 뿐이다. '스틸라이프'는 정적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롭다.두 인물이 나오지만 마주치는 등의 접점이 없고, 초현실적인 장면으로 ufo나 로켓처럼 쏘아올려지는 건물이 등장한다.무엇보다 아름다운 절경을 뒤로 하고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일하기 바쁘다.어떤 면에서는 켄로치가 다룬 노동자의 삶보다 좀 더 깊숙하게 다룬 느낌이다.그래서 더 부끄러워졌다.아무.. 더보기
스토커 (Stoker , 2013) 박찬욱 감독 작품 중 미루고 못본 작품이라 뒤늦게 봤다.물론 그의 초기작 2편은 앞으로도 못보지 않을까 싶다! 최근 본 영화 중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이 영화를 보고 며칠 뒤에 지아장커의 '스틸라이프'를 봤는데, '스틸라이프'만 하더라도 중국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게 그의 가장 큰 미덕으로 불린다.물론 절제미가 빛나는 순간도 있지만, 박찬욱이 만들어낸 성장담인 '스토커'는 오히려 탐미적인 느낌 덕분에 영화가 더 빛난다.성장통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까.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건 박찬욱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다. 자신의 각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기존 박찬욱 영화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하다.대사가 많지 않고, 영화의 정서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