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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스틸라이프 (三峽好人: Still Life , 2006)



지아장커의 영화 중에 '천주정'을 제일 먼저 봤다.

알고 보니 '천주정'은 지아장커 영화의 전기와 후기를 나누는 느낌까지 드는 영화다.

그 이전까지 정적으로 다큐멘터리처럼 영화를 다루던 감독이, '천주정'부터는 장르영화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차용했으니까.

물론 난 그의 변화에 대해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는 여전히 중국인의 삶을 담고 있고, 좀 더 효율적인 방법론을 택할 뿐이다.


'스틸라이프'는 정적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롭다.

두 인물이 나오지만 마주치는 등의 접점이 없고, 초현실적인 장면으로 ufo나 로켓처럼 쏘아올려지는 건물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절경을 뒤로 하고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일하기 바쁘다.

어떤 면에서는 켄로치가 다룬 노동자의 삶보다 좀 더 깊숙하게 다룬 느낌이다.

그래서 더 부끄러워졌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그들을 보면서 내 상황을 안도하는 폭력적인 상상을 하는 순간이 있었으니까.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데, 여행지의 숙소나 음식 등을 고르면서 내가 스스로를 어느 정도의 자본이 필요한 사람인지 가늠하곤 한다.

1.2위안 짜리 숙소와 노동자들이 먹는 음식을 보면서 내 여행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나와 비교하고 그 순간에 얻은 작은 안도조차 그들에겐 폭력이다.

그러므로 '스틸라이프'는 내게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여전히 '천주정'이 지아장커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내가 부끄러움을 심하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 영화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스틸라이프'는 곱씹을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두 영화는 내게 조금은 다른 의미로 각각 삶에 남을 듯 하다.

지아장커의 다른 작품에서 난 얼만큼 부끄러움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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