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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

고무 인간의 최후 (Bad Taste , 1987) 지아장커 영화 연달아서 보다가 피터잭슨 '고무 인간의 최후'를 보니 조미료 없는 음식 먹다가 조미료 범벅인 음식 먹는 느낌이다.87년도에 이 정도 예산 가지고 이런 영화를 찍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B급 고어물이다 보니 오히려 어설픈 게 득이 되었다.어설픔 덕분에 스릴이 자동발생하는 아이러니! 특히 영화의 엔딩에서 데릭이 외계인 공격하는 장면은 굉장하다.저예산으로 어떻게 이런 영상을 만들 수 있는지 절로 궁금해진다.세련된 판타지를 만들고 있는 피터 잭슨이 상상이 안 될 만큼, 데뷔작이 흥미롭다.예산으로 인한 타협은 있었을 것 같은데, 취향에 있어서 타협이 없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좋았다. 만약 지금의 피터잭슨이 아니라 87년도에 이 영화를 봤다면 평이 달랐을지도 모른다.다만 영화 보고나자마자 쓰는 .. 더보기
산하고인 (山河故人 , Mountains May Depart , 2015) 지아장커의 극영화 중에서 가장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영화는 1991, 2004, 2025년으로 나뉜다.1991년에는 자오타오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갈등하는 삼각관계가 나오는데, 사실 이 부분은 지아장커가 아니라 다른 감독도 충분히 연출가능한 감성이었다.즉, 굳이 지아장커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2004년으로 넘어가면서 그제서야 영화의 타이틀롤이 나온다.2004년에 등장하는 자오타오의 거의 모든 표정은 울컥할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무엇보다도 지아장커다웠다.지아장커의 팬이 그에게 바라는 장면은 2004년 부분에 다 등장한다. 2024년인지 25년인지 어쨌거나 미래를 그려낸 이 부분은 도저히 설득이 안 된다.지아장커에 대한 팬심으로 보려고 해도 힘들었다.에피소드의 주요인물 두 사람은 왜 사.. 더보기
세계 (世界 , The World , 2004) '세계'는 베이징 안에 세계공원이라고 하는 전세계를 압축한 공간을 보여준다.'임소요'에 이어서 '세계'에서도 자오타오는 무용수로 나온다.그녀를 둘러싼 상황 때문이라도 짧게 등장하는 그녀의 춤은 늘 불안해보인다. 그녀와 친해진 러시아무용수의 하소연, 딸을 원하는 부모 때문에 '아가씨'라고 불리다가 그게 별명이 된 남자, 가스중독된 두 남녀와 그들의 나레이션이 기억에 남는다.특히 '아가씨'가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쓰라고 했을 때 그 절박한 순간에 외상값과 빌린 돈을 적어낸 부분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점점 커지고 성장하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다.게다가 그가 처한 위기는 돈 때문에 야간작업을 하다 생긴 일이니까.그녀에게 비행기는 누가 탈까요 라고 묻고, 비행기를 탄 자신을 상상조차 하기.. 더보기
상해전기 (海上傳奇 , I Wish I Knew , 2010) '24시티'와 비슷한 다큐멘터리다.공통점이라면 인터뷰 형식이고, 중국근현대사와 얽힌 이야기를 보여준다.형식에 있어서 유사하고, 중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허우샤오시엔이 반가웠다.다만 중국근현대사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없다면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기긴 힘들다. 인터뷰 하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의 내용이 예술과 관련 있어서 흥미로웠다.중국여행에 별 관심이 없음에도 상해는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인데, '상해전기'를 통해 본 상해는 씁쓸하다. 확실하게 확인한건 내가 좋아하는 건 지아장커의 다큐멘터리보단 극영화인 것 같다.그것도 아주 극의 성격이 강한 영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