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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산하고인 (山河故人 , Mountains May Depart , 2015)


지아장커의 극영화 중에서 가장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영화는 1991, 2004, 2025년으로 나뉜다.

1991년에는 자오타오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갈등하는 삼각관계가 나오는데, 사실 이 부분은 지아장커가 아니라 다른 감독도 충분히 연출가능한 감성이었다.

즉, 굳이 지아장커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2004년으로 넘어가면서 그제서야 영화의 타이틀롤이 나온다.

2004년에 등장하는 자오타오의 거의 모든 표정은 울컥할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지아장커다웠다.

지아장커의 팬이 그에게 바라는 장면은 2004년 부분에 다 등장한다.


2024년인지 25년인지 어쨌거나 미래를 그려낸 이 부분은 도저히 설득이 안 된다.

지아장커에 대한 팬심으로 보려고 해도 힘들었다.

에피소드의 주요인물 두 사람은 왜 사랑에 빠지는가.


포스터에도 이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아장커 영화답지 않은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지아장커의 다큐멘터리의 미덕 중 하나는 아름다운 음악인데, 그가 왜 '산하고인'에서 이런 곡을 골랐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도식적으로 서구세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중국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는데, 곡조차 'go west'를 고르는 건 과하다.

자오타오가 추는 춤이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가.

차라리 노골적인 뮤지컬 시퀀스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나마 2004년 에피소드 때문에 지아장커의 감성을 여전히 믿지만, 그리고 도전은 좋은 것이기에 그를 지지하지만 그의 차기작인 만약 1991년과 2025년 에피소드의 감성이면 감상이 힘들 것 같다.

얼른 그의 초기작들을 보면서 그에 대한 좋은 기억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아마도 머지 않아 개봉할 그의 차기작은 새로운 도전과 그가 잘해온 것의 비율이 얼만큼 될까.

그 누구도 아닌 지아장커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