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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데드 얼라이브 (Braindead , Dead Alive , 1992)



'고무 인간의 최후'를 만든 사람에게 예산을 더 주면 '데드 얼라이브'가 된다.

설정만 외계인에서 좀비로 바뀌었을 뿐 영화 B급 고어 성향은 그대로다.

영화 속 인물들이 내내 답답ㅎ다가 후반부에 좀비파티가 벌어지는 부분에서는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이 극대화 된다.

B급 좀비영화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해버린다.

피터잭슨이 돌킨의 원작을 삼은 작품들 이후에 B급 영화를 안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어쩌면 '데드 얼라이브'에서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만큼 누가 봐도 지극히 개인취향을 위한 장면들이 많았다.


금기를 깨고 섬의 원숭이를 데려오는 것부터 아들이 엄마로부터 속박 받다가 점점 금기에 가까운 그 집착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서사는 사실 도식적이다.

그렇다면 감독은 선택해야 한다.

도식적이고 당위성이고 간에 장면들에 취해서 그냥 넘어가게 하는 걸 선택하는 건 영리한 선택이다.

단점들이 많음에도 어느새 이 영화의 흐름에 완전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으니까.

샘 레이미의 '드레그 미 투 헬'에서 느낀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다.


지금 거대한 예산으로 이때의 정서를 가진 영화를 피터잭슨이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거장이 되어버린 지금, 그의 필모그래피가 B급 고어물이 추가되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