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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Clouds of Sils Maria, 2014) 씨네큐브에 10분 늦게 도착했으나 보는데 무리는 없었다. 장만옥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클린'이란 영화를 봤었다. 그녀의 전 남편이기도 한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이다. 장만옥의 연기 말고는 썩 큰 감흥을 못 느낀 영화였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도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작품이고, 보고 나서 느낀 감정은 '클린'과 비슷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영화 자체가 걸작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항상 느끼지만 별 생각없이 본 영화들 중에 걸작을 발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이명세 감독의 '형사'라고 말하는데, 교양수업 때 '형사'의 한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보지도 않고 살았을 것이다. 오히려 작정하고 기대하고 본 영화들은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그 .. 더보기
폭스파이어 (Foxfire: Confessions of a Girl Gang, Foxfire, 2012)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특별한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과 '폭스파이어'. 곰플레이어 홈페이지에서 무료상영해줘서 본 영화이다. '무료'라는 글자에 충동적으로 눌러서 본 영화이다. 아마 그 두 글자가 아니었으면 평생 안 봤을 것이다. 이 영화 덕분에 내 삶에 아주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만이 결국 나의 삶을 움직인다. '폭스파이어'는 며칠 전에 본 다르덴 형제의 영화와 흡사하다. 로랑 캉테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비전문배우를 기용하고, 핸드헬드를 주로 사용한다. 비전문배우들로 이렇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려면 도대체 어떤 디렉팅을 해야하는 것일까. 사회의 아주 작은 사건이라도 그 사건안에 세상사가 다 들어잇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 일이고 사회의 일이니까. 이 영화 또.. 더보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2014) 위 아 그루트, 라는 대사로 기억될 영화. 'I'가 'WE'가 된 순간의 쾌감에 대해, 유대감에 대해 말하는 영화이다. 주인공인 크리스프랫을 처음 본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에 나오는 호아킨피닉스의 직장동료인, 배바지입은 코털 기른 배우가 크리스프랫일 줄이야. 히어로물이 단순 킬링타임으로 치부되던 시대는 지났다. 그 어떤 예술영화보다도 가치 있는 유희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행운임을 느낀다. 더보기
어어부 프로젝트 - 0107 빙판과 절벽 찬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몄다 옛 애인이 전화해서 정종을 마셨다 시샤모를 시켰다 전보다 야위었다 그녀 남편 파산을 해 이혼을 한단다 빙판에 서 있다 빙판에 서서 빙판에 서 있는 서로를 본다 우리가 서 있다 간신히 서서 빙판에 비친다 피식 웃으며 북한산에 올라서 서울을 보았다 내일 일을 생각하니 골치가 아팠다 생두부를 시켰다 막걸릴 마셨다 불현듯이 먹먹해져 긴 숨을 쉬었다 절벽이 보인다 바위에 앉아 바위로 뒤덮인 절벽을 본다 우리가 서 있다 간신히 서서 서로를 비춘다 흰 눈 나린다 이 앨범의 인트로는 밤에 들으면 무섭기까지 하다. 박찬욱 박찬경 형제의 단편인 '파란만장'에 쓰인 멜로디가 나와서 반가웠다. 앨범 타이틀곡으로 선정된(사실 별 의미 없지만) '0815 실시간'의 후렴구는 후크송 뺨치는 중독성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