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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히든(Hidden, Cache, 2005)


와...
내 개인적인 베스트영화 목록에 대대적인 순위변동을 일으킬만큼 멋진 영화를 보게 되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우리나라 감독 중 한 명이 신재인 감독인데,
신재인 감독이 존경하는 감독이 미하일 하네케라는 말을 듣고 그가 만든 작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미하일 하네케의 작품 중에 '히든'을 제일 먼저 보게 되었고, 너무 많은 충격을 받았다.

중반까지는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 후반부에 충격적인 장면이 하나 나오는 데 아마 그 장면에서 졸던 관객들도 잠에서 깨게 될 것이다.
그 장면은 평생가도 못 잊을 것 같다.
수많은 공포영화와 고어물을 보아왔지만 영화를 보며 이렇게 숨이 턱턱 막혀온적은 처음이다.

내 생각에 이 영화의 가장 큰 가치는 영화가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너무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점적 동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며, 영화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친절하고 머리 덜 써도 되는 영화를 원하는 데,
이 영화는 지극히 정적이며, 관객은 매순간 영화를 해석해야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전에 이런 말을 했다.
'편안하게 영화를 보려며 차라리 사우나에 가는 게 낫지 않는가?'
나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물론 가끔씩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영화도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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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티비문학토론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조르쥬는 그의 아내와 아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는 중산층 지식인이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집에 자신의 일상을 녹화한 테이프가 섬뜩한 그림들과 함께 배달된다.
테이프를 누가 보냈는지는 알 수 없고, 그로 인해 조르쥬와 그의 아내는 점점 스트레스를 받고 싸우게 되는 횟수가 잦아지게 된다.

게속 오는 테이프에 지쳐가던 중에 조르쥬는 자신이 어릴적 살던 집을 촬영한 테이프를 보게 되자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조르쥬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찾아간다.
하지만 이 떄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이 영화의 비극은 철저하게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영화의 포인트는 캐릭터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다.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어느새 이 영화가 그저 관객들에게 보여지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커다란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자주인공인 조르쥬를 연기한 '다니엘 오떼유'는 영화 '제8요일'로 알려진 배우인데, 보수적인 중산층 지식인 역할을 굉장히 잘 소화해내고 있다.
지식인은 이 시대를 이끌어가고 소외된 계층에 관심을 가질 의무가 있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대의 지식인들은 너무 자기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다는 것이 캐릭터에 잘 반영되어있다.

조르쥬의 아내 역할을 맡은 배우는 너무도 유명한 '줄리엣비노쉬'이다.
레오까락스 감독의 '나쁜 피'와 '퐁네프의 연인들' 을 보면서 그의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메세지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지만,
작품에 출연한 '드니라방'과 '줄리엣비노쉬'의 연기는 지금도 너무나 좋아한다.
'줄리엣비노쉬'는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시나리오를 참 잘 고르는 것 같다.
굉장히 많은 명감독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보았고,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지금까지 잘 연기해왔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만 보아도 영화라는 예술에는 국경이 없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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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출 방식 자체가 스포일러 자체가 될 수 있어서 언급은 못하겠는데,
아무튼 영화의 연출 방식도 굉장히 특이하다.
영화 오프닝의 롱테이크에서부터 깜짝 놀랐다.
영화의 엔딩 부분도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는 데 반드시 눈여겨 보아야한다.

영화 관련해서 검색해보다보니 조르쥬를 연기한 '다니엘 오떼유'가 알제리인 출신이라고 한다.
알제리는 오랜기간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두 나라의 갈등은 역사 속에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
영화 속에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짤막하게 언급되는 데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튼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다.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메세지 자체도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영화가 관객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