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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영주 (Youngju , 2017)


시사회 덕분에 오랜만에 씨네큐브에 갔다.

여전히 그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지하에서 적당한 높이의 천장을 보면서 상영을 기다리는 순간.


영화는 많이 봐온 설정이다.

원수와 사랑에 빠지는.

서사를 전복시키거나 특별한 리듬을 가진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배우의 공이 크다.

영주가 아저씨아줌마를 만난 이후부터는 거의 내내 울컥했다.

곧 깨질 게 뻔히 보이는 행복을 보는 일은 내게 너무나 힘든 일이다.


김향기 배우가 나온다는 것 이외에 어떤 정보도 없이 봤는데, 유재명 배우와 김호정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김호정 배우는 캐릭터에서 나오는 온기가 스크린을 뚫고 나왔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안 좋았다.

영주가 안고 있는 저 온기가 금세 사라질 거라는 그 불안함 때문에 무서웠다.


김향기라는 배우에 대해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것 말고 따로 작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후반에 동생에게 '네가 틀렸어'라는 문자를 보내려다가 지운다.

후반부에 감정적으로 캐릭터가 무너지는 순간에서 결국 아무리 성숙한 척 해도 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성숙한 아이를 볼 떄 마음이 아프다.

그 성숙함이 얼마나 압축된 고통 속에서 형성된 건지 알고 있기에.


영주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집에 와서 김향기 배우 웃는 영상들을 찾아봤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영주가 저렇게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주가 잠시나마 품었던 그 온기가, 품고 살아가기에 아픈 온도가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