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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사랑을 보여줘 바보야 (腑拔けども, 悲しみの愛を見せろ , Funuke, Show Some Love you Losers! , 2007)



영화글 연재 하면서 좋은 점은 연재 덕분에 미뤄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의무감 가지고 보는 건 고되지만, 애초에 기획안 자체를 내가 보고 싶은 영화로 채우기에 무리는 없다.


오랜만에 영화를 봤고, 요시다 다이하치 영화들을 보게 됐다.

'종이달'을 워낙 좋아하기에 기대하고 본 '사랑을 보여줘 바보야'는 굉장히 좋았다. 

애니메이션이 섞인 연출부터 진중함과 위트가 적절하게 배합된 작품이다.

특히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만화에 가까울 만큼 개성이 강한데 그 합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가족에게서 영감을 얻어서 호러만화를 그린다는 설정도 너무 재밌고, 어릴 적 약속 때문에 평생을 여동생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이복오빠도 특이했다.

여동생이 가해자에 가까운데도 그런 의무감을 가지는 마음에는 결국 사랑이 있는 걸까.

코인락커에서 발견되어서 시설에서 자라다가 공장에 들어가서 평생 가족이라는 키워드 없이 살다가, 식모처럼 일만 해도 가족과 함께 함을 즐거워하는 캐릭터도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배우를 꿈꾸면서 안하무인으로 남탓만 하는 캐릭터가 제일 클리셰로 보일 만큼.

각각의 캐릭터로 작품을 확장해도 될만큼 개성이 강하다.


정적인 일본영화도 좋지만, 만화적인 상상력이 더해질 때 흥미롭다.

마치 겨루기하듯 캐릭터들이 서로의 끼를 뽐낼 때면, 이건 각본가의 의도가 아니라 어느새 정체성이 생긴 캐릭터가 움직이다보니 생긴 마법 같은 순간이 아닐까 싶다.


요시다 다이하치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믿음이 커지는 작품이다.

일상에 생기는 균열을 이런 특별한 리듬으로 표현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