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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퍼스트맨 (First Man , 2018)


데미언 셔젤 감독의 차기작이 닐 암스트롱의 영화라고 했을 때 의아했다.

실존인물의 전기영화라면 애초에 결론도 정해진 거고, 음악영화가 아닌 데미언 셔젤은 상상이 잘 안 되었다.


결론적으로 데미언 셔젤이 음악 외 소재의 영화를 다룬 덕분에 그가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그는 결국 '꿈'에 대해 말하는 감독이다.

인물이 나아가는 원동력이 꿈이라고 말한다.

'위플래쉬'에서는 인물의 꿈을 어긋난 방식으로 폭발키는 광경을 보여주고, '라라랜드'는 사랑에서 꿈을 다루는 태도에 대해 말하고, '퍼스트맨'은 꿈에 맹목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인물에 집중한다.


이상적인 영화의 리듬을 만드는데 능한 감독인데, 이전작들이 강약조절에 있어서 '강'에 해당하는 부분에 에너지가 굉장했다면 '퍼스트맨'은 전체적으로 절제가 미덕인 영화다.

데미인 셔젤은 많은 이들이 기대했을 차기작 대신 자신이 기대 밖에 해당하는 분야도 잘 소화해냄을 명확하게 증명한다.

미국에 대한 자부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게 아마 제일 견제할 부분일텐데, 이 부분도 과하지 않게 담아냈다.


영화 초반, 닐은 아픈 딸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딸이 세상을 떠난 뒤로는 맹목적으로 비행에 매달린다.

어쩌면 딸에게 닿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구가 아닌 달에 가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닐이 지상에서 별을 관찰하는 장면이 유독 많다.

그가 별자리가 아닌, 자신의 딸이 숨쉬고 있을지도 모를 우주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데미언 셔젤은 그동안 던졌던 질문을 그저 다른 방식으로 던진다.

닐이 닿은건 달이 아니라 딸이었다고 생각한다.

죽은 이는 하늘로 올라간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맹목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당위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