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 2006)

영화를 선택할 때 감독과 배우의 이름 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으니 바로 러닝타임이다.

제목도 긴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의 러닝타임은 2시간 40분 가까이 된다.

인내하듯 볼 거라고 예상했으나, 굉장히 흥미로운 서부극이다.

 

상복 없는 배우라고 하면 브래드 피트가 떠오른다.

좋은 작품을 많이 고르는 그는 이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았고, 앤드류 도미닉 감독과는 그의 차기작 '킬링 소프틀리'에서도 주연과 제작으로 참여한다.

배우 브래드 피트의 필모그래피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작자 브래드 피트의 필모그래피는 배우 브래드 피트 이상으로 훌륭하다.

 

여러모로 약점이 많다.

나레이션으로 진행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결말을 아무렇지 않게 나레이션으로 말해버린다.

서부극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나왔던 장르라 희소성을 가지기도 쉽지 않다.

한 소년의 성장담 혹은 영웅에 대한 동경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플롯도 딱히 특이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약점으로 보이는 이런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합된 덕에 긴 러닝타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후반부 30~40분 정도는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작위적일 수 있는 구성임에도 오히려 이 영화의 교훈을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이야기 속 영웅에 대한 동경, 동경의 시선으로 봤을 때 가벼워보이는 삶의 무게 등에 대해 영화는 긴 시간 동안 보여준다.

 

로버트 포드와 찰리가 자신들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며 울먹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는 영화를 통틀어서도 최고다.

제레미 레너, 샘 록웰, 폴 슈나이더, 샘 셰퍼드 등 조연들의 연기가 모두 좋았다.

주이 디샤넬은 오랜만에 봐서 좋았는데, 주이 디샤넬이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장면에서는 그 어떤 차가운 마음도 녹을 수 밖에 없을 거다.

브래드 피트는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이고, 제시 제임스 캐릭터에게 필요한 아우라를 브래드 피트로 보여준 건 제작자로서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제레미 레너와 샘 록웰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들이 한 프레임에 있는 걸 보는 게 흥미로웠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하고 연기한 작품들을 몇 개 더 볼 예정인데, 오히려 그의 연기보다도 작품의 완성도에 더 기대를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