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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박찬경 틀별전



박찬욱, 박찬경의 단편인 '파란만장'을 보면서 민속 신앙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박찬경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던 중에'신도안'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운 좋게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박찬경 특별전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트하우스 모모도 예술영화 전용관이다보니 주말에 가끔 가는 편인데
사람들이 별로 없는 주말과는 달리, 학기 초 게다가 수업이 끝나고 하교하는 시간인 오후 여섯시에 이화여대 안으로 남자 혼자 들어간다는 것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여러모로 어색했다.
매번 느끼지만 아트하우스 모모와 같이 좋은 영화를 상영해주는 극장이 내가 다니는 대학교 안에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표를 받고 아트하우스 모모에 기증된 책들을 이것저것 보았다.
기증된 책들은 하나같이 좋은 책들이다.
덕분에 영화가 상영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즐겁다.

일단 박찬경 특별전에 대한 소감이라면 '어려웠다'라는 말을 먼저 해야할 것 같다.
박찬경 감독이 우리가 미술관을 갈 때와 극장을 갈 때의 태도가 다르다고 했는데 딱 그 차이인 것 같다.
나는 영화를 관람하러 온 태도로 왔지만, 박찬경 감독의 영화는 영화보다도 극사실적인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박찬경 감독의 단편인 '비행'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에서 평양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찍은 풍경을 담은 영상이고, '신도안'은 청계산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종교의 역사에 대해서 담고 있다.
'비행'은 일종의 뮤직비디오라고 할만큼 음악에 힘이 컸고, '신도안'은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보여주는데 음악감독 이름을 보니 역시나 장영규.
두 단편 모두 음악의 힘이 굉장히 크다.
'신도안'은 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영화 톤 자체가 단조롭다보니 어렵게 느껴졌다.
정말 미술관을 가는 심정으로 공부를 하고 보았다면 재미있었으려나.

좋은 영화는 두 번째 보았을 때 더 좋다.
'파란만장'은 한 번 더 보는 것이었기에 전에 못보았던 부분들을 찾으며 보아서 더 즐거웠다.
영어자막이 삽입되어있었는데 영화 속에 굿이 굉장히 중요한 소재인데, 굿을 할 때 쓰는 아름다운 언어들이 영어로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의미를 정확히 전달받지는 못해서 굿의 신비로움에 매혹되지 않았을까.

내가 가는 극장 자체가 관객들이 별로 없어서 거의 혼자 영화 보듯이 하다보니 관객들의 호응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지난 번에 CGV 시사회에서 '파란만장'을 보았을 때는 다른 관객들과 내 반응이 너무 달라서 놀랐는데,
박찬경 특별전 같은 경우는 박찬욱, 박찬경 두 감독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이들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영화의 정서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박찬경 특별전은 박찬경 감독의 단편들을 상영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양수인 건축가와 함께 건축과 영화를 연결해서 설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양수인 건축가의 프레젠테이션은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내게는 생소했다.
다만 GV할 때 양수인 건축가가 말을 너무 멋있게 잘해서 좋았다.
그가 우리가 지금 즐기고 있는 주변의 것들이 너무 획일화되고 거대 자본에 넘어가있는 것이 아닌가 잘 생각해보라고 한 말이 계속 맴돈다.

GV때 박찬경 감독에게 왜 영화를 어렵게 만드냐는 질문이 나왔다.
양수인 건축가는 이 질문에 대해서 사람의 취향은 다 다르고 그것을 다 맞추어줄 수는 없다는 우문현답을 들려주었다.
세상 모든 이의 보편적 취향이라는 것을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것을 모르기에 결국 예술가들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박찬경 감독은 자신의 단편인 '신도안'을 굉장히 대중적으로 만들었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행사라고 진행 중에 실수도 있고 했지만,
이렇게 영화와 다른 문화 분야를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공짜이다.

내일부터는 일본영화제가 열린다.
물론 공짜.
당분간은 염치 불구하고 이화여대를 가로질러서 가야할 것 같다.
아트하우스 모모의 이런 좋은 기획전들이 꼭 내게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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