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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그대를 사랑합니다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멀티플렉스 극장을 혼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여태까지 혼자서 영화를 볼 때는 항상 씨네큐브나 스폰지하우스에서 영화를 보는데,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조조로 영화를 보면 스크린도 크고 가격도 저렴하고 사람도 거의 없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극장 안은 훌쩍대는 소리 뿐이었고, 팝콘 소리도 사라졌고(다 먹어서일까?), 영화가 끝나고 울면서 나가는 이들도 많았다.
상영관에 입장하기 전에 기다리는데 할머니 네 분이 이 영화를 보러오셨다.
그 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으려나.

추창민 감독의 '사랑을 놓치다'를 별로 안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차기작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내게 좋은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강풀의 원작 자체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이미 나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강풀의 원작 웹툰의 내용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덕분에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러닝타임 내내 울었다.

이미 웹툰으로 내용을 다 알고 보는 상태였기 때문에 인물들이 행복하게 웃는 순간에도 이 영화의 끝이 슬플 것을 알기에 슬펐다.
영화 속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그 순간에조차도 영화 속 여백들을 슬픔으로 채워버렸다.
리어카를 끌고 가는 장면, 빈 가로등만 보이는 장면 등 아무 것도 아닌 장면이 나와도 이미 머리 속이 슬픈 결말에 가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속 장면들을 보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계속 슬픈 원작 속 장면들만 찾아다닌 것이다.
원작웹툰을 볼 때도 워낙에 많이 울었는데,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영화 보는 내내 울게되는 영화는 없을 것 같다.

강풀의 만화는 스토리의 힘이 크다.
그의 이야기가 가진 힘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그의 이야기가 훼손될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추창민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를 만들었기에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힘은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무엇보다도 원작을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 속 스토리를 잘 축약한 것도 좋았다.

오히려 영화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 좋았던 장면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당신'의 의미에 대해서 말한 뒤에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만화 속 장면보다도 영화로 봤을 때 그 감흥이 더 크게 느껴졌다.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좋았는데, 특히 이순재는 영화에 마법같은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을 비롯해서 영화 마지막 부분에 눈물 연기는 만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준다.

행복한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서 손을 놓아버리는 것과
행복한 순간이 언젠가는 끝나버려서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르지만 끝까지 손을 잡는 것.
둘 중에 무엇이 행복한 것일까.
영화 속 대사를 빌리자면 지금 죽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서, 이미 많은 것을 겪어보았을 때라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결국 행복 앞에서는 아이처럼 망설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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