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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러블리 본즈 (The Lovely Bones, 2009)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이 영화를 본다면 좀 다르게 보였을까.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이다.

영화포스터에 카피로 '나는 살해당했다'라고 써있듯이, 이 영화는 주인공이 죽었다는 사실과 자기를 죽인 살인자의 정체까지 초반에 밝힌 채 시작한다.
데이트할 생각에 설레는 여자주인공은 살해당하고, 죽어서도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가족들이 알고 복수하기를 바라지만 결국은 살아있는 이들이 죽은 자신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죽은 소녀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고 이야기 자체가 소녀의 시점으로 진행되다보니 상당히 슬프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잭슨이기에 그가 영화 속에서도 보여줄 판타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실제로 영화 속에 굉장히 화려하고 예쁜 판타지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피터 잭슨이 그려낸 사후세계의 판타지는 지극히 소녀적이다.
소녀의 나레이션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을 영화였는데 굳이 소녀의 판타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후반부에 소녀가 성숙해지는 모습에서의 감동을 극대화시키기에는 예산 낭비가 아니었을까.

이야기 또한 다소 산만하다.
전반부는 소녀적 감성이 잘 담겨있고, 후반부에는 영화가 스릴러로 돌변한다.
사후세계가 등장한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지만 우연과 판타지에 의지하고 있는 몇몇 설정들은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개별적인 장면은 좋았지만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두 배우에게 있다.
주인공인 시얼샤 로넌은 이 영화의 소녀적 감성과 슬픔을 증폭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특히나 시얼샤 로넌의 푸른 눈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살인자 역할로 나온 스탠리 투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그 사람이 맞나 싶을만큼 섬뜩한 살인마 연기를 해준다.

영화의 메시지 자체가 슬프다.
죽은 소녀가 세상이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다가 자신이 세상에 미련을 버리고, 살아있는 이들이 죽은 이를 잊고 지내야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 그 성숙함이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슬프게 한다.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삶이 있다.
애석하게도 죽은 자들은 금방 잊혀지고, 남아있는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영화 속 소녀가 성숙해지는 시점도 자기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해서 세상에 미련을 버리는 순간부터이다.
억울한 소녀의 죽음보다도 소녀가 성숙해지는 과정의 슬픔을 보는 것이 더 힘든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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