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보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기대하는 박찬욱의 모습과 너무 다를까봐.
미루다가 결국 보게되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박쥐'보다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나 '박쥐'나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로맨틱블랙코미디라고 할까나?
'안티 소셜이 아니라 안티 소멸이에요'라는 대사가 이 영화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병원이다보니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다 특이하다.
루저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소멸 지경에 이른 이들의 집합소.
팬시적인 이미지가 커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설정과 조영욱의 경쾌한 음악 속에서 드러나는 박찬욱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폭력성이 웃음을 유발한다.
총격씬에 행진곡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이 유쾌함!
박찬욱의 엉뚱한 블랙코미디를 좋아하기에 영화를 보면서 꽤나 많이 웃었다.
비와 임수정의 캐릭터보다도 정신병원에 함께 입원해있는 다른 캐릭터들이 더 귀여웠다.
설정에 있어서 다들 특이하고 귀여웠다.
시종일관 밝은 톤의 영화 속에 일관적으로 깔려있는 그로테스크함과 폭력성이 좋았다.
비쥬얼과 정서가 모순되는 순간에 감동하는 내 성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영화가 너무 매니아적이라는 것은 인정해야할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리는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은 영화를 불편해하고 재미없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 영화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지 않을까싶었는데 영화의 정서는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다.
생각해보면 박찬욱의 영화는 아무리 잔인한 순간에도 왠지 모를 귀여움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