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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사랑을 놓치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여백이다.
컷과 컷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을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주는 암시로 채울 수도 있지만, 관객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으로 채워나가기도 한다.
특히나 감정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는 멜로영화에 경우에는 더욱이나 그렇다.
내가 이 영화를 그리 안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영화의 여백을 내 개인적 경험으로 채우기 힘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단 이 영화에서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답답했다.
조연 캐릭터들은 대부분 사족처럼 느껴졌고, 재미도 없고 흐름을 뚝뚝 끊는 튀는 대사들, 멜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클리셰가 영화 속에 등장하고, 김연우의 노래가 흐르는 부분은 노래 자체가 튀다보니 영화가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가치는 송윤아에 있다.
송윤아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서도 송윤아의 가장 예쁜 시절을 담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가 좀 더 절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남는 두 시퀀스 모두 절제를 잘해서 좋은 장면들이었다.
하나는 군대에 있는 우재(설경구)에게 면회를 간 연수(송윤아)가 막차를 타지 않고 남아서 우재와 하룻밤을 보내고 가려고 화장실에 숨어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연수를 보내기 위해서 버스 막차를 계속 잡아두는 우재의 모습을 담은 시퀀스이고,
또 하나는 연수의 동물병원 앞에서 우재가 연수에게 자고갈까, 라고 말하자 나 그거 잘못했어, 라고 말하는 시퀀스.

친구 관계인 남녀, 하지만 사실 여자는 남자를 좋아한다.
너무나 많이 보아온 이야기인데 '사랑을 놓치다'는 클리셰들로 일관하는 영화이다.
오히려 침묵하고 절제한 부분에서 관객들이 자신의 해본 짝사랑으로 영화의 여백을 채울 수 있어서 좋았다.

대사 중에 과수원에서 제일 큰 사과를 따려고 하는데, 이 사과를 따려면 그 옆에 사과가 더 커보이고,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다보니 결국 사과를 못땄따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연애에 있어서도 계산하지 말고 이 사람이다 싶으면 얼른 잡아버리라고.
우재의 선배가 우재에게 하는 대사인데, 연애 문제에 있어서 제3자가 누구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야 쉽지만 막상 자신이 조언해주던 것들조차도 자신의 일이 되면 금세 망각하고 힘들어하지 않던가.

영화 속에 나타난 짝사랑의 태도에 쉽게 동의하기는 힘들다.
타인의 짝사랑을 지켜보는 심정과 내가 짝사랑을 할 때의 심정이 다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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