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하다.
코엔 형제의 최고작을 뽑으라면 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골랐는데 앞으로는 '밀러스 크로싱'과 함께 고민하게 될 듯 하다.
코엔 형제 특유의 냉소적인 태도가 주인공 톰에게 딱 맞아서 그런지 몰라도 물 흐르듯 지나간다.
거의 모든 시퀀스가 매력적이고 긴장을 풀 틈도 안 준다.
톰이 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하게 행동할 때 관객의 마음은 두근두근거리는데, 정작 톰은 침착하다.
똑똑한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운이 좋은 인물이기도 하다.
코엔 형제는 개연성에 대해 물을 시간에 관객을 몰입시켜서 의문을 가질 틈을 안 주는 쪽을 택한다.
가브리엘 번을 비롯해서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 같이 탁월하다.
특히 가브리엘 번과 존 터투로가 마주하는 밀러스크로싱에서의 장면은(포스터에도 나오는) 압도적이다.
존 터투로의 나이 든 모습만 보다가 그의 젊었을 때를 보고, 게다가 내내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넋을 놓고 봤다.
최고의 장면이라면 알버트 피니가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침착하게 적을 소탕하는 장면일 텐데, 코엔 형제의 몇몇 액션 시퀀스는 두 시간 내내 액션만 나오는 영화 전체보다 아름답다.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시장의 비서가 잠깐 나오고, 샘 레이미 감독도 후반부 경찰의 총격전에서 총질하는 형사로 잠깐 나온다.
상대편 보스로 나오는 존 폴리토나 마샤 게이 하든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마샤 게이 하든은 '미스트'의 종교 타령하는 여자로 너무 큰 인상을 남겼는데, 데뷔 초에는 이런 이미지였다는 게 신기하다.
스티브 부세미는 짧게 등장하지만, 그의 억울해보이는 표정은 코엔 형제의 영화관과도 잘 맞는다.
뻔해보이는 줄거리의 이야기를 매혹적인 영화로 만들어내는 건 아무리 봐도 굉장한 능력이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는 늘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나오고, '밀러스 크로싱'은 그런 장면이 너무 많다.
두고두고 떠올릴 수밖에 없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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