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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밤과 낮 (Night And Day , 2007) '밤과 낮'을 보기 전에 걱정한 건 어차피 동어반복인 홍상수의 영화의 러닝타임이 어떻게 2시간 30분이 될 수 있는가, 였다.그러나 결론적으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후로 거의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다. 북한에서 온 유학생 역할을 맡은 이선균은 잠깐 나오는데도 너무 웃겼다.이선균 목소리로 북한사투리라니.오랜만에 얼굴 보는 황수정도 반갑게 느껴졌다.'허준'으로만 기억된 배우가 이런 대사들을 소화하다니. 최근작들로만 홍상수를 기억하다가, 청어람과 영화사 봄의 타이틀에 있고, 영화촬영지도 파리라는 것까지 여러모로 낯설었다.배경이 파리인 건 썩 중요하지 않다.여전히 동어반복이다.그러나 홍상수의 영화는 그걸 알고도 보게 되는 영화니까.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언급한 이유는, 그의 작품 중에서 서사가 뚜렷.. 더보기
우리 선희 (Our Sunhi , 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부터 홍상수에게 실망스러웠다.난 그가 자신이 속물인걸 적나라하게 인물에게 투영하고, 그 캐릭터들 안에서 나의 속물성을 발견할 때의 묘한 감정 때문에 보는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에 대한 애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배우에겐 잊을 수 없는 작품일지 몰라도, 관객 입장에서 연출자가 노골적으로 보여서 불편했다.그의 영화를 보는 이유가 사라졌다. 한동안 홍상수 영화를 안 보다가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봤다.왜 늘 동어반복인 그의 영화를 보는 걸까.그에 대한 답이 되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선희와 그를 둘러싼 세 남자들, 비슷하게 '끝까지 깊게 파봐야지'라고 말하는 그들.동어반복의 뻔한 삶이 결국 우리의 삶이니까. 홍상수 감독과 첫 호흡인 정재영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정유미.. 더보기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 , 2016) 홍상수 영화를 본 지 꽤 되었다.'해변의 여인'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의 영화들을 봤고, 데뷔작을 보고 감탄했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내게 홍상수 3기 같은 느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태껏 본 홍상수 작품 중 가장 실망스러웠다.홍상수 영화를 보는 재미가 이 영화에서는 찾기 힘들다.일단 그의 방어적인 태도, 변명에 가까운 말들로 인해 생긴 작위성이 그 이유라고 생각된다. 특히 '시간'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노골적으로 쓴 부분은 잉마르 베리만의 '제7의 봉인'과 너무 흡사했다.마치 시간 위를 부유하듯 사는 여인이 결국 다시 시간으로 복귀해서 느끼는 성장통.이렇게 간단하게 요약되는 홍상수의 영화가 처음이고, 그래서 별로였다.홍상수는 요약되지 않지만 우리 일상에서 접근가능하기에 매력적이었.. 더보기
자유의 언덕 (HILL OF FREEDOM, 2014) 홍상수는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해왔다. 홍상수는 시간의 속성에 대해 가장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즉흥적인 작업스타일이 유효할 수 있는 것도 그가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업 전에 카세료에게 일본에서 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마침 가져온 책의 제목이 '시간'이었다고 한다. 완벽하게 세팅한 감독들에게도 풀기 힘든 이야기들이, 홍상수의 시선 안에서는 우연을 통해서 쉽게 풀어지는 이유는 그가 말하려는 메세지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항상 시간에 대해 말하고, 필연 같은 우연에 대해 그려낸다. 남들이 하나의 인위적인 세계를 구축할 때, 그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편지를 읽는 이가 편지를 떨어뜨리고, 순서가 뒤바뀐 편지를 읽게 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