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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우리 선희 (Our Sunhi , 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부터 홍상수에게 실망스러웠다.

난 그가 자신이 속물인걸 적나라하게 인물에게 투영하고, 그 캐릭터들 안에서 나의 속물성을 발견할 때의 묘한 감정 때문에 보는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에 대한 애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배우에겐 잊을 수 없는 작품일지 몰라도, 관객 입장에서 연출자가 노골적으로 보여서 불편했다.

그의 영화를 보는 이유가 사라졌다.


한동안 홍상수 영화를 안 보다가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봤다.

왜 늘 동어반복인 그의 영화를 보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이 되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선희와 그를 둘러싼 세 남자들, 비슷하게 '끝까지 깊게 파봐야지'라고 말하는 그들.

동어반복의 뻔한 삶이 결국 우리의 삶이니까.


홍상수 감독과 첫 호흡인 정재영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정유미, 이선균은 이미 페르소나일뿐더라, 그 배우의 화학작용은 언제나 어마무시하다.

프레임 안에 간신히 다 담길 만큼 거대한 감정을 서로에게 핑퐁한다.


알고도 당하던 시절의 홍상수다.

다시 본 김에 그의 작품들을 몇 개 더 볼 생각인데, 과연 어떻게 느껴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