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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카우보이의 노래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 2018)


넷플릭스 신청의 아주 큰 이유가 된 이유 중 하나는 넷플릭스 독점작 때문이고, 특히 코엔형제의 신작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코엔형제 작품치고는 평이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왜 이 작품이 각본상을 받은걸까.

그의 수많은 좋은 작품들이 떠올랐다.


애초에 독립된 여섯 개의 이야기로 서부를 배경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각각의 이야기가 완전히 독립적이고, 다만 배경만 공유한다.

공통적으로 죽음의 기운이 모든 극에서 흐른다.

서부에서 죽음은 너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첫 이야기는 팀 블레이크 넬슨이 서부극의 총잡이캐릭터를 충실하게 보여준다.

그가 천사가 되는 부분에서는 코엔형제의 이런 판타지가 낯설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제임스 프랑코가 은행을 털다가 겪는 일들이다.

은행을 지키는 냄비로 무장한 아저씨와 죽기 전에 바라본 여자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확장해도 좋았을 듯.


세 번째 이야기는 리암 니슨이 팔다리가 없는 해리 멜링을 데리고 다니며 서커스를 하는 이야기다.

헤리 멜링은 팔다리가 없고, 분장을 한 채 심오한 내용을 읊는다.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존재인데, 주문처럼 외우는 내용조차 암울하다는 건 마치 불행한 미래를 기원하는 행위처럼 보인다.


네 번째 이야기는 금광을 찾아 다니는 톰 웨이츠의 이야기다.

이젠 뮤지션이 아니라 배우가 더 어울리는 톰 웨이츠.

배경이 로케이션인지 cg인지 궁금할 만큼 너무 아름다웠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지역을 이동하는 조 카잔의 이야기다.

조 카잔의 드라마인데, 조 카잔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만큼 사랑스럽다.

물론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내가 조 카잔을 특히 좋아해서 그렇지만.

코엔 형제는 늘 아이러니에 대해 다루는데, 그 아이러니가 가장 극적으로 작용한 극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역마차에 모인 5명의 수다다.

브랜든 글리슨이 나오는데, 톰 웨이츠에 이어서 브랜든 글리슨까지 보고 나니까 마틴 맥도나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서부에서는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식의 엔딩인데, 영화 전반에 깃들어있던 기운에 마침표 찍어주는 느낌의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이런 형식의 영화에 투자한 게 놀랍고, 애초에 제작사에서 안 받아줬을 거라는 코엔형제의 예상도 이해가 된다.

단편은 너무 감칠맛이 나서 다음에 좀 더 긴 호흡의 작품을 보고 싶다.

코엔형제 영화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인데 단편모음이라니.

반짝이는 장면들이 많은 코엔형제의 작품이기에, 다음 작품은 부디 온전한 장편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