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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우리들 (THE WORLD OF US , 2015)


영화를 볼 때 몰입을 하고 싶어 안달나지만 늘 분석하기 바쁘다.

평소에 감정의 폭이 크지 않기에 극장에서 마음을 내준다, 감정이 흔들리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대부분은 실패한다.

영화에 젖어있기보다 판단하고 나온다.


'우리들'은 두 번 보기 힘들 영화다.

마음에 너무 깊게 들어오는 장면들이 있어서 아팠다.

예고도 없이 유년기로 끌어들인다.

영화의 여백 사이에 나의 유년기가 등장한다.

상처 주고, 상처 받은 순간들.


단편 '콩나물'이 사랑스러웠다면, '손님'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두 편 모두 '우리들'을 본 뒤 여운을 머금고 봐서 그럴 수도 있다.

'우리들'은 계급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투명한 아이들의 태도로 보여준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체관람가임에도 계속해서 조마조마했다.

상처 받을까봐.

인물들의 상처, 그리고 내가 안고 있지만 모른 척 했던 상처를 꾹 누르게 될까봐.


윤가은 감독의 차기작에도 아이들이 나온다.

내가 숨겨둔, 딱지가 생긴 줄 알았으나 여전히 꾹 누르면 아려오는 그 지점이 닿을까봐 살짝 겁이 나지만 다시 보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