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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영화는 영화다 (Rough Cut, 2008)



주말에 습관적으로 하는 일.
인터넷으로 씨네큐브와 스폰지하우스의 상영시간표를 확인한다.
광화문에 위치한 두 극장 중 괜찮은 영화가 상영중인 극장에 간다.
아무튼 주말이 되면 광화문에 간다.

이번주에는 '멋진하루'와 '영화는영화다'중에서 고민했다.
둘 다 스폰지하우스에서 제작한 덕분에 스폰지하우스에서 상영중이었는데, '멋진하루'는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농후한 작품이라서 보류하고, 주위에서 재밌다고 하는 '영화는영화다'를 보았다.




2008년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은 '다크나이트'와 '마을에부는산들바람'이다.
그리고 올해 재미있게 본 작품 목록에 '영화는영화다'를 추가할 예정이다.
아니, 이 영화는 내 개인적인 한국영화 베스트 목록에 추가할 것이다.
'형사'를 보았을 때 만큼이나 감동했다.
극장에서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일단 배우와 깡패가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과 엔딩까지 이끌고 가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김기덕이 각본을 쓴 작품 중에서 제일 재미있게 보았다.
어쩌면 김기덕 감독이 아니었기에 이런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사마리아'와 '빈집'을 내가 아무리 재미있게 보았어도 해석하기 난해한 부분이 김기덕 영화에는 존재한다.

이 영화도 서사가 전개되면서 진부한 대사도 보이고, 흐름을 깨는 편집도 보인다.
개인적으로 장희진이 버스정류장에 등장하는 부분의 편집과 음악은 흐름상 아예 틀렸다고 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자잘한 실수는 금세 잊고 몰입하게 할만한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깡패와 배우.
서로의 만남 뒤에 그들은 상대방이 맽었던 말을 곱씹어본다.
영화의 엔딩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고 본다.
최근 보았던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명확하고 마음에 드는 엔딩이었다.

영화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설마 엔딩이 닐 조던의 '크라잉게임'과 같지는 않을까하고 걱정했다.
소지섭이 대박스타가 되었고, 강지환이 소지섭의 면회를 가면서 끝나는 영화였다면 많이 화가 났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강지환은 젠틀맨의 전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영화 속 배역이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영화는 소지섭의 영화라고 할 만큼 소지섭의 임팩트가 크다.
소지섭은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시나리오의 영화를 만난 건 거의 처음이다.
소지섭의 대박드라마는 많았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 중 임팩트가 있는 영화는 없었다.
확실한 것은 이 영화는 앞으로 소지섭의 대표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연말시상식에 소지섭의 이름이 불리어지지 않는다면 의구심을 품게 될 것 같다.

배우들 중에는 감독 역할로 나온 고창석이 돋보였지만, 홍수현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연들의 연기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홍수현은 '번지점프를하다'에서의 연기가 제일 좋았다.

짧게 등장한 장희진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사라진MBC베스트극장의 열혈시청자였던 나로서는 베스트극장 '어느 멋진 날' 편에서 장희진의 연기를 보며 감탄했던 순간이 지금도 선명하다.

하지만 그 작품 이후 장희진은 그리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지 못해서 내심 안타까웠는데, 이 작품에서 짧게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강지환과 커피숍에서 앉아있던 장면은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하나이다.




소지섭과 강지환.
두 배우는 개런티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이 영화에 직접 투자를 해서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두 배우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6억 정도의 예산으로 벌써 관객이 100만명이 넘었다.
이 영화는 앞으로 저예산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이 영화를 선례로 삼아서 위험부담이 적은 저예산 영화에 대한 투자를 더 활발하게 할 것이다.
저예산 영화시장이 활발해지면 영화계의 거품은 빠질 것이고, 독립영화 시장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 의식있는 연기자들이 계속해서 개런티를 자진삭감해서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인 김기덕과 좋아하는 제작자인 스폰지하우스 대표 조성규의 합작인 이 영화가 영화계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어느새 영화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관객으로서 영화에 접근하기는 쉽지만, 제작의 관점에서 영화에 접근하기가 힘들어진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영화가 점점 보편화되고, 영화계 거품도 빠지고 있는 지금의 영화계의 움직임 속에서 재능 있는 많은 감독들이 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