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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어린왕자 (Le Petit Prince, The Little Prince , 2015)

 

 

 

코엑스메가박스에서 '마카담스토리'를 보고 후다닥 강남cgv로 왔다.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는 것은 위험하다.

작년에 서울극장에서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연달아 봤다.

둘 다 그 해에 본 가장 좋았던 영화들인데, 영화의 온도차가 꽤 나는 편이라 지금도 기억이 뒤섞여있다.

 

꼬마 둘 사이에서 봤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조용했다.

'괴물의 아이'때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울컥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극장에서 울었던 기억의 대부분은 애니메이션이었다.

 

행복한 장면이 나오면 불안하다.

행복한 장면에서 울게되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행복이 깨지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당장의 행복을 느끼기보다 행복이 깨진 뒤를 상상하느라 슬퍼한다.

 

어린왕자 텍스트를 엄청 좋아하진 않는다.

어린왕자의 기존 텍스트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바꿀 생각을 했다는 것이 대단하다.

역시 좋은 애니메이션의 기본은 각본이다.

 

한슴짐머의 음악도 좋았고, '쿵푸팬더'를 연출한 마크 오스본의 디테일들도 좋았다.

어린왕자의 원작텍스트는 종이공예처럼 표현되고, 기본 스토리는 3D로 표현된다.

두 가지 톤의 애니메이션이 교차로 나오니 보는 재미가 크다.

특히 어린왕자의 머플러와 여우의 꼬리가 비슷한 모양을 하고 흔들리는 순간을 보면서, 기술력이 극에 달하면 정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식에게 자신의 이상을 투영하는 부모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관계를 맺어나가면서 성장해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짠했다.

원작 어린왕자 속에서도 관계에 대한 대사들이 핵심이나 다름없는데, 그 대사들을 기반으로 참 각본 구성을 잘했다고 느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들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원작 어린왕자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일기장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