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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러브레터 (Love Letter, 1995)

 

 

오랜만에 아트나인에 왔다.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her'였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본 것 같다.

이와이슌지 기획전이라니.

처음에 매진됐다가 다행히 추가상영이 돼서 겨우 예매했다.

 

이와이슌지의 이야기는 참으로 단순하다.

여백이 많다.

그 여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감독의 재능일텐데, 이와이슌지는 여백을 다루는데 능하다.

관객들의 감수성이 진입할 수 있는 여백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감독이다.

 

울컥하게 하는 장면들도 사실 서사보다도 장면의 질감 때문에 울컥하게 한다.

이와이이슌지만큼 영상을 예쁘게 찍는 감독도 없을 것이다.

 

온통 슬픈 인물들로 가득한 영화이다.

죽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남자. 이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같이 여행을 간다.

과거 자신의 동창이던 남자가 자신을 짝사랑함을 알게 된 여자. 그러나 그 남자가 죽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된다.

죽은 남편의 과거조차도 간직하고 싶은 여자. 그런데 알고보니 자신이 남편의 첫사랑과 닮아서 선택됐음을 알게된다.

 

사실 음악과 영상이 서정적이어서 그렇지 스토리 자체는 막장이다.

게다가 중심이 되는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무책임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사랑의 밑바닥을 아주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준 느낌이다.

'예쁘다'와 '슬프다'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느껴야할지 내내 갈등했다.

결국에는 예쁜 영화로 기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