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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아르고 (Argo, 2012)

 

 

 

이란에 있는 미국인을 구해야한다.

CIA 내에서 여러가지 작전이 아이디어로 나온다.

헐리우드에서 영화촬영 목적으로 이란을 방문해서 이들을 구해온다는 아이디어까지 나온다.

처음엔 황당하다고 대답하던 이들이,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는 것이 헐리우드 아니냐는 말에 묘하게 설득당하게 된다.

 

황당해보였던 구출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작전성공과 관련해서 훈장을 받게 된다.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되는, 수여식만 하고 훈장은 가질 수 없는 비밀스러운 훈장수여이다.

자신의 아들에게도 보여줄 수 없냐는 말에 상사는 유명해지고 싶으면 서커스단이나 가라고 말한다.

작전 때문에 서커스단보다 더한 짓을 하고 나서 듣게 된 말이다.

 

'아르고'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 집단 안에서 묵묵히 일을 해내가는 모습을 통해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인데, 사건 자체가 워낙 흥미롭다.

엔딩까지 정해진 이 사건이 흥미로울 수 있는 이유는 헐리우드와 CIA 등에 대한 풍자에 있다.

구출을 위해 만든 가짜영화 제작발표회와 이란에 잡힌 미국인에 대한 미국의 성명발표가 교차로 편집된 부분이 이 영화의 풍자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군대에서 영화 '아르고'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벤에플렉이 받을 줄이야.

맷데이먼보다 벤에플렉이 먼저 작품상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벤에플렉과 맷데이먼은 굉장히 중요한 두 인물이고,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맷데이먼이 탄탄대로를 걸어온 느낌이라면, 벤에플렉은 산전수전 다 겪고 지금의 자리에 온 느낌이 크다.

둘 다 명문구단의 유소년축구팀에서 함께 축구를 시작했는데, 한 명은 쭉 주전으로 뛰어서 1군 주전으로 자리잡았고, 다른 친구는 하부리그와 하위권 팀에서 임대생활을 하다가 실력을 인정받아 주전으로 도약한 느낌이다.

물론 전자는 맷데이먼이고 후자는 벤에플렉이다.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에서 벤에플렉이 최악의 연기자에게 주어지는 남우주연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무려 3작품이나 노미네이트가 된 상태였고 별 경쟁없이 최악의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었다.

그 당시 그의 출연작들은 하나 같이 과장된 연기를 보여준다.

벤에플렉이 정말 작품 보는 눈이 없다고 느꼈고, 그가 오스카에서 트로피를 받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최근작인 '나를 찾아줘'를 비롯해서 '아르고'에서도 벤에플렉은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연출이나 연기에 있어서 절제가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르고'는 과잉될 수 있는 사건의 순간에도 절제된 템포를 보여준다.

그 결과 '아르고'의 리듬은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엔딩크레딧에서는 실제 사건과 관련된 실존인물들의 얼굴이 등장하는데, 외모에 맞춰서 이미지캐스팅을 했는지 몰라도 배우들과 외모가 흡사하다.

주인공인 벤에플렉 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굉장히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알렉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주로 작업해온 로드리고 프리에토의 촬영도 좋았고,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도 분위기가 과잉되지 않도록 적절히 사용되었다.

 

헐리우드 영화가 상업적이라고 비난하기에는 헐리우드 자본에서 많은 좋은 영화가 탄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디씬에서 검증 받은 많은 감독들이 헐리우드로 가고 있고, 워낙 시장이 크다 보니 그 안에서 좋은 작품이 탄생할 확률이 높은 것도 당연하겠지만.

 

한동안 영화를 너무 안 보고 살아서 바빠도 하루에 한 편은 보자는 생각으로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극장에서 개봉작들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따로 챙겨보는 영화들도 내게는 굉장히 큰 자양분이다.

영화에 대한 지구력도 떨어져서 걱정이 많았고, 그 시작이 '아르고'였다.

너무 좋은 영화로 시작해서 다음에 무엇을 봐야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좋은 영화였다.

 

이란에서 탈출하기 위해 헐리우드 스텝으로 위장한 미국인들은 각자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에 대해 꼼꼼하게 숙지한다.

누군가의 시나리오가 누군가에게 목숨을 걸어야하는 설계도가 된다고 생각하면 쓰는 이 입장에서도 굉장히 절박해지지 않을까.

영화의 메시지와는 별개로 영화에 대한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