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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신의 소녀들 (Dupa dealuri, Beyond the Hills, 2012)

 

 

 

내게 루마니아는 특별한 나라이다.

뱀파이어보다는 크리스티안 문쥬로 기억되는 나라이다.

그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완벽에 가까운 걸작이다.

서늘함이 얼마나 생생하게 연출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차기작인 '신의 소녀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좋은 작품이다.

루마니아 사회를 풍자하는 집단이 등장하고, 그 세계 속에 방황하는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전작과 동일하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영화 속 여성들을 바라보면 답답하다.

집단의 폭력에 의해서 그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무척이나 적기 때문이다.

 

'신의 소녀들은'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여우주연상을 받은 두 주연배우는 이 영화가 첫 영화인데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다.

다르덴 형제와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 모두 신인배우들과 작업하면서도 좋은 연기를 끌어내는데, 전적으로 수많은 리허설 때문이겠다는 확신이 든다.

 

원작소설이 있기도 하고, 실제로 많이 접한 소재이다.

종교집단에서 사람을 영적으로 치유하겠다고 하면서 비인간적으로 학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보편의 이야기를 엄청나게 꼼꼼한 디테일을 통해서 특별하게 만드는 감독이기에 이 번 영화도 숨막히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전작보다 감흥이 살짝 덜 했던 이유는 이 영화의 결론 자체가 예상가능하고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결과보다 과정을 매혹적으로 보여주는 감독이기에, 이 영화는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영화 막바지에 소녀를 영적으로 치유한다면서 소녀의 손을 쇠사슬로 묶으면서 호들갑 떨면서 기도를 하는 수녀들의 대화와 몸짓을 보는 것이, 내게는 스너프필름처럼 불편했다.

폭력을 가하면서도 치유의 기도르 한다는 이중적 태도가 채화된 이들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섬뜩한 체험이다.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믿음의 반대편에 위치한 것을 바라봐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배타적인 태도야 말로 악덕은 무지에서 온다는 말의 가장 사실적인 예일 것이다.

 

수녀들이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수도원이 군대처럼 느껴졌다.

사상적으로 통제된 채, 신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뭉쳐져서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그 풍경이 보는 내내 위태롭고 불편했다.

 

후반부에 가서 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카메라가 갑작스럽게 핸드헬드로 움직이는 부분에서는 감정이 덩달아 요동친다.

극 중 인물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지 않아도 카메라만으로도 사람의 정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촬영을 통해 보여준다.

 

세상이 자신과 다른 이를 통제하는 법은 간단하다.

그 사람을 변절자 취급하고 마녀사냥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당하고 있고,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누군가가 나에게 행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