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머니볼 (Moneyball, 2011)



여태까지 내가 중독되었던 게임은 딱 하나이다.
일명 FM으로 불리는 풋볼매니저라는 게임이다.
내가 직접 축구구단을 운영하고 감독하는 게임인데, 특히 재정이 약한 구단을 선택해서 유럽 리그를 평정할 때의 희열이란!

열악한 재정의 팀으로 대기록을 수립하는, 게임에서나 할 법한 것을 실제로 이룬 사람이 있다.
'머니볼'은 실제로 열악한 재정의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를 20연승 대기록을 세운 빌리 본 단장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이다.

두 번의 홈런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하나는 20연승 대기록을 확정짓는 홈런 장면이었고,
또 하나는 피터가 빌리에게 보여주는 비디오에서 홈런을 치고도 1루에서 허둥거리고 있는 타자가 나오는 장면이다.
둘 다 홈런을 치지만 홈런을 대하는 태도가 참 다르다.
한 사람은 홈런을 치고 환희하고, 한 사람은 자신의 공도 보지 않고 1루를 붙잡고 있기 바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좋은 호흡을 보여준 윌리 피스터의 카메라는 야구장면보다도 인물들간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장면에 많은 정서를 담아서 보여준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딸의 노래를 듣는 빌리 빈 단장의 얼굴이 잠시 포커스가 나가있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스포츠 영화인만큼 사실 이야기 전개 자체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큼에도 불구하고도 재밌었던 것은 각본의 공이 크다.
'소셜 네트워크'의 아론 소킨과 '쉰들러 리스트'의 스티븐 자일리언'이 함께 작업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출가인 베넷 밀러의 경우에는 그의 영화인 '카포티'가 내게는 너무 정적으로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존 인물인 카포티보다도 빌리 빈 단장에게 개인적으로 더 끌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베넷 밀러가 그려낸 인물의 삶은 영화적 포장의 의미로서의 멋지다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정말 깊게 공감될 만큼 멋지다.

브래드 피트는 정말 섹시한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옷 한 번 안 벗고, 주름살조차도 섹시하게 나온다!
곧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남우주연상을 받으면 참 좋으련만은.
조나 힐은 전작들의 가벼운 이미지들이 생각 안 날만큼 분석가 역할을 잘 해낸다.

한때는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제작과정에 있어서 모든 면에서 철저한 헐리우드의 시스템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예술영화라는 이유로 과대평가받는 영화들보다도 더 멋진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최근 헐리우드의 행보를 비판하기에는 너무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브래드 피트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있으면 즐겁다.
그는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더 좋은 작품에 나오고 있다.
점점 그의 최고작이 그의 최근작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베넷 밀러가 다음에 그려낼 인물은 누구일까.
항상 그의 영화를 보면서 사람의 따뜻함을 발견해낸다.
서로의 나쁜 모습만 찾아서 보기 바쁜 세상에서 베넷 밀러처럼 사람의 따뜻함을 잘 발견해내고 그것을 잘 그려내는 감독이 동시대에 있다는 것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