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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로건 (Logan , 2017)



'로건'은 현 시대가 아니라 고전으로서도 충분히 필요한 영화이다.

모든 영화가 이런 식의 퇴장이 필요하다 싶을만큼 말이다.

클린튼 이스트우드의 '그랜토리노' 속 퇴장을 가장 멋진 퇴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와 같은 맥락으로 난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강한 뮤턴트라도 세상을 혼자 바꿀 수는 없다.

그리고 자신이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에도 자신이 아끼는 이를 지키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결국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내가 사랑하는 이도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로건은 결국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을 택한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시대의 짐을 자신이 짊어지는 순교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좋은 어른을 보면 우리의 고개는 절로 숙여진다.

강요하지 않아도 그들의 태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청년들의 길을 만들어주고 있음을 아니까.


휴잭맨은 울버린 그 자체이다.

그가 아닌 울버린을 상상할 수 있을까.


로라와의 교감은 너무 짠했다.

자신이 닮은, 유사아버지로서 자신의 책임을 느꼈을 부분들.

자신의 상처를 닮아갈 아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게해주고 싶었을 것이고, 그래서 그는 고군분투한다.

자신의 삶에서 발견한 상처들을 그 아이가 발견 못하도록 그는 달린다.

아이의 앞날에 뚫릴 수 있는 파도를 막을 뚝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의 퇴장은 어쩌면 로라의 마음에 가장 강한 뚝을 만들어준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어른이 되어갈 것이라는 꿈, 그 숭고함 말이다.


엑스맨 시리즈는 특별하다.

브라이언 싱어가 총대를 잡은 이후 조스웨던의 마블이 액션이라면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은 사유에 중점을 둔다.

특히 돌연변이라는 설정이 결국 소외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의미가 크다.


돌연변이 아이들이 연대해서 새롭게 세상을 개척하는 모습은 '매드맥스'에서 여성들이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상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기존 세력에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나아가야하는 전진성, 그리고 그 전진 안에서 스스로 성숙해지는 태도, 거기에 로건의 멘토 역할.

멘토란 잔소리가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나 자신이 돌연변이 같다고 느끼는 순간은 많다.

우린 겉모습이 같을 뿐 순간순간 계급상 밀려있을 때 순식간에 돌연변이가 되곤 한다.


찰스자비에는 평안한 삶을 꿈꾸다가 죽는다.

그것이 돌연변이의 한계이다.

그들에게는 일상이 꿈이고, 여기서의 일상이란 계급화된 삶이다.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며 잠시 머무는 집의 흑인노동자층도 핍박에 시달리며 다른 세계를 동경한다.

결국 계급사회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동경하다가 죽는 삶이 된다.


영화는 어설픈 희망을 주지 않는다.

이미 계급화된 사회에 편입하기 보다 새로운 세계로 뛰어나가라고 말한다.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속 딸에게 운전을 가르쳐주고 연행되는 아버지의 뒷모습만 같다.


제임스맨골드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로건의 퇴장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액션의 수위는 높이되 감정적 호흡에 전적으로 중심을 둔다.

로라와 직접 교감을 보여주지 않아도 로라의 행동 하나하나는 결국 로건에게 큰 정서로 다가온다는 것을 활용해서 두 인물의 관계를 억지로 설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것이 멋지다.

같은 상처를 가진, 같은 결핍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짓물을 보며 연대를 할 때의 순간은 가슴 아프지만 숭고하다.


당분간은 로건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좋은 어른의 죽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대를 깨우는 또 다른 시작이다.

좋은 어른이 되고 말 것이다, 반드시. 

내가 목격한 것은 아주 숭고한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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