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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특별시민 (The Mayor , 2016)


이력서의 '력'은 발자국을 한자 뜻으로 사용한다.

영화 속에서 곽도원의 유일한 취미가 구두라는 것은 자신의 가는 길에 대해 온전히 몰두하는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몰두했던 것들 사이에서 비극을 맞이한다.


각각 캐릭터가 분명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구적으로 쓰이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캐릭터들이 각자 분명한 역할을 가지고 서로 움직이다가 화학작용으로 어떤 결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영화가 정해진 목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순간들이 있다.

영화가 극적인 순간들을 많이 설정했음에도 감흥이 덜한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어야 할 선거임에도 그 당위성이나 흥미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캐릭터와 사건이 서로 얽혀있다기보다는 서로를 수습하며 진행하는 느낌이다.


좋은 배우들로 가득하고 충분히 좋을 수 있었다.

차라리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이 치루는 선거의 방식이 훨씬 극적으로 보인다.

선거과정 속에서 캐릭터들에 대해 설명되어야 할 부분이 생략되고, 설명 안 해 줘도 될 부분은 설명된 부분이 많다.

오히려 캐릭터들에 대해 좀 더 충분하게 보여줬다면 선거과정이 훨씬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결국 영화 속 화두인 선거나 영화에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이다.


최민식에게 몰빵한 영화이다.

다만 그 캐릭터가 비중에 비해 촘촘하지 못하다.

최민식은 자신이 버텨온 것을 대사를 통해서 '직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잘 짜여진 캐릭터가 설득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캐릭터가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더 컸다.


이미 정해진 결말을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장치들을 만들기 보다는, 차라리 감독의 메시지를 실현시킬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이 스스로 결말을 만들게 움직이게 했어야 한다고 본다.

메시지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서 캐릭터를 만들면 메시지 자체가 매력적으로 소구되기 힘들다.


개봉시기의 시국과 겹쳐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현실로 봤던 것보다 훨씬 밋밋한 상황이 스크린에 나오면 그 어떤 관객이 환호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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