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 Wolf Children , 2012)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이다.
애니메이션으로 한정 짓지 않아도 내게 개인적인 베스트일만큼 좋아하는 영화이다.

CGV대학로는 가까움에도 '늑대아이' 덕분에 처음으로 가보았다.
개천절이었다는 것을 미쳐 생각 못해서 예매도 안 하고 조조로 보러 갔는데, 남아있는 자리가 거의 없었다.
만석인 극장도 참 오랜만이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를 이렇게 많은 이들이 본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진 대학생소녀가 두 아이를 낳게 되고,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일단 초반에 주인공 소녀가 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대사없이 음악만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시퀀스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인'업'의 초반부 명장면을 연상시킬만큼 큰 감동을 준다.

보는 내내 기도하게 된다.
제발 이들을 행복하게 해달라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봐 불안해하며 봤다.

이제 한 번 봤으니, 한 번 더 보게 된다면 그 때는 속 편하게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보면 볼수록 더 좋게 느껴질 영화라는 것이다.

각본이 워낙 잘 짜여져 있어서 극에 온전히 몰입해서 볼 수 있다.
귀여운 늑대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늑대아이로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행복하고 뜻깊은 이야기가 아닐까.

앞으로 부모가 될 이들에게 큰 여운을 남길 영화이다.
세상에 모든 이들이 부모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가 모든 사람이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부모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에 이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두 기수라고 할 수 있는 '컬러풀'의 하라 케이이치'와 '늑대아이'의 호소다 마모루와 동시대를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른다.
이 두 사람 모두 전연령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가족끼리 함께 극장에 가서 부모는 울고, 아이는 그런 부모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그 풍경 자체가 영화가 만들어내는 가장 멋진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늑대아이'는 누가 봐도 좋은 치유제가 될 영화이다.
앞으로 자주 찾아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