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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피에타 (Pieta , 2012)



'피에타'는 '강도(强盜)'와 '마리아'의 이야기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여전히 불편하지만, 여전히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단점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단점조차도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그의 서사보다 미장센이 좋다.
그의 대사보다 행동이 좋다.
설명하기보다 화면으로 보여주는 그의 방식이 좋다.

'피에타'는 김기덕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수식어들에 비해 굉장히 친절한 영화이다.
영화 속 잔인한 장면은 암시를 통해서 주로 표현되었기에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잔인한 장면은 거의 없다.
여전히 인물들은 행동하느라 바쁘지만, 영화 속에 돈에 대한 대사를 비롯해서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대사 또한 많다.

욕망할 대상이 없는 남자와 고통이 없는 여자.
버림받았기에 성욕조차 무의식 속에 해결하는 남자와 자신에게 전부였던 것을 잃어버려서 고통조차 잊어버린 여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 지점을 얼마만큼 공감하냐에 따라서 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다를 것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피에타'는 돈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지켜야할 것이 있는 이들에게는 영원히 따라다닐 자본의 무서움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 속 엄마로 등장하는 조민수가 상대가 있는 척하고 독백을 하는 부분에서, 조민수를 위협하는 대상은 없지만 그를 위협하는, 강도의 눈에는 엄마를 위협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 적의 정체가 바로 자본이다.
거대한 관념을 형상화한 것처럼, 그저 절대악처럼 보이던 강도는 욕망할 대상이 생김에 따라서 점점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사람처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여전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에 가장 짜임새가 좋은 영화는 '빈집'이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사마리아'이다.
누군가 '피에타'에 대해 물으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은 엔딩을 가진 영화라고 설명할 것 같다.
강도의 오열 이후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장면들은 잊기 힘들 것 같다.

극장에서 나오는 관객들의 마음 위에 새겨진 붉은 길을 따라간다면, 그 끝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