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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파란만장




명동 CGV 시사회.
CGV를 정말 오랜만에 가보았다.
팝콘을 먹고, 사람들끼리 웅성거리는 극장의 분위기가 낯설었다.
이미 내가 씨네큐브와 스폰지하우스의 분위기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일까.
덕분에 영화만큼이나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영화를 보고 웃는 포인트조차도 다른 사람들과 내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내 취향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함께 갔던 친구와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했던 이야기는 과연 박찬욱이라는 타이틀을 뺐을 때도 이 영화가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일단 그런 의문을 떠나서 이 영화는 박찬욱의 영화를 봐온 이들이라면 발견할 수 있는 박찬욱 감독의 취향이 많이 묻어나는 영화이다.
기괴한 분위기에 B급으로서 요소, 블랙코미디까지 그의 영화 스타일은 여전하다.
분량이 짧은 탓에 스토리도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물론 모호한 면 또한 존재한다)
아이폰4로 촬영한 화면의 거친 질감은 오히려 이 영화의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캐스팅조차도 박찬욱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광록은 이미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였고,
어어부 프로젝트는 항상 박찬욱이 지지를 보내던 뮤지션이다.
백현진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날 것의 느낌이 강하다.
그의 목소리는 여러모로 박찬욱의 영화와 비슷하다.
그동안 호흡을 맞춰온 조영욱 음악감독 대신에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맡은 음악도 영화에 잘 어울렸다.

가장 의외의 캐스팅은 이정현이었다.
'박쥐'에 김옥빈이 캐스팅 되었을 때도 대부분은 의아해했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이정현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꽃잎'으로 굉장히 주목받던 이정현을의 연기를 다시 보고 싶다던 박찬욱 감독인데, 이정현이 이끄는 후반부는 에너지가 굉장하다.
이정현이 머리에 물을 붓는 장면이 지금도 계속 아른거린다.

박찬욱 감독의 다른 중편인 '심판'보다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뮤직비디오에서 출발한 영화인데, 영화를 보고나서의 느낌은 평소에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악을 듣고나서의 감흥과 비슷했다.
개인적으로 내 취향에 맞아서 재미있게 보았다.
내 옆에 앉아있던 모르는 사람은 징그럽다고 소리를 지르다가 영화가 끝날 때쯤 잠들어 있어서 옆 사람이 깨우고 있었다.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만한 영화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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