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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아이 엠 러브 (I Am Love, 2009)




극장 나와서부터 집에 올 때까지 참 많이 떨렸다.
2011년이 되어서 극장에서 본 첫 영화이고, 아마 스폰지하우스에 있던 대부분의 관객들은 좋은 여운을 가지고 집에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올해의 첫 영화로 이렇게 큰 울림을 가진 영화를 보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재벌가인 레키 가문.
영화의 시작은 이 가문의 안주인 엠마가 이 가문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시아버지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생일을 맞이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는 각자 지정된 좌석이 있고, 대화를 하는 남성들을 통해서 우리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태도를 볼 수 있다.
엠마는 우연히 자기 아들을 보러온 아들의 친구인 안토니오를 보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집안의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로서 살아오며 자기 자신의 이름조차 망각해버린 엠마는 사랑 앞에서 진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단 이 영화는 장점이 많은 영화이다.
이탈리아의 풍경을 비롯해서 전체적으로 영화의 화면 자체가 아름답고,
존 애덤스의 음악은 이 영화의 감동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내는데 큰 공을 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가장 큰 감동은 틸다 스윈튼이라는 배우로부터 비롯된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틸다 스윈튼은 영화 속에서 이탈리아 문화를 배워나간 러시아인 엠마로 등장한다.
억양부터 풍기는 분위기, 사랑에 빠져서 흔들리는 모습까지 이 영화가 큰 울림을 준 가장 이유에는 틸다 스윈튼이 있을 것이다.

남성 위주의 집안 분위기 속에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여자가 사랑을 통해 자아를 찾는다는 그 메시지보다는 그냥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 잘 표현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좋았다.
여자주인공인 엠마의 신분을 고려안한다면 그저 한 여자가 사랑에 빠져서 설레고 흔들리는 모습과 다름이 없을텐데 그의 여러배경으로 인해서 그녀의 사랑이 위험해보일 뿐이다.
최근에 보았던 영화 중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가장 잘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햇빛이 쨍쨍한 대낮에 벌이 꽃 위로 날아들고, 풀과 꽃 사이로 펼쳐지는 엠마와 안토니오의 정사 장면은, 정사 장면과 산딸기, 꽃 위의 꿀벌 등 그들 주변 풀밭의 모습을 교차로 편집하는 방식으로 사랑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정사 뒤에 엠마가 말하는 '난 이 집안에 들어온 뒤로 내 이름을 잊었다'는 대사는 그녀에게 찾아온 사랑의 의미가 얼마나 큰 지 생각해보게 말한다.

이 영화의 엔딩은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 영화의 진행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만큼 보편적인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난 이 영화의 엔딩을 지지한다.
아내의 발언에 던지는 남편의 마지막 말과 딸의 눈에서 느껴지는 무언의 응원까지 그 감동이 컸다.
무엇인가에 미쳐있는 사람은 추악할 수 있겠지만 사랑에 미쳐있는 사람에게 우리가 손가락질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에 미쳐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에 미쳐있는 것 같은 엄마의 행동을 지지하는 딸 아이는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원망과 슬픔을 느끼며 눈물을 흘릴 지도 모르지만, 결국 '여자'라는 이름 앞에서 자기처럼 소신을 선택한 어머니에 대한 지지를 보내며 웃음을 보낸다.

여자라는 성별과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채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살아간 여자가 사랑을 만난다면?
아마 그 여자가 나의 며느리 혹은 아내 혹은 어머니라면 아마 크게 원망하겠지만, 그 관계를 떠나서 여자로서 그녀를 존중한다면 결국 보내줘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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