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I Just Didn't Do It, 2006)





법정드라마이다.
한 남자가 지하철 안에서 치한으로 몰리게 된다.
변호사조차도 이 남자에게 벌금 조금만 내면 금방 풀려난다고 말하지만, 이 남자는 자신이 지은 죄가 없는데 왜 잘못했다고 해야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법정까지 가게 된다.

최근에 본 일본영화들 중에서 가장 좋았다.
법정드라마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치한으로 몰린 한 남자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이야기이다.
일본 법정의 어두운 단면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을 몰입도에 있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새 피의자에게 이입되어서 함께 억울해하고 기뻐하는 자기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사량도 많고, 전개가 빠른 편이 아님에도 관객은 철저하게 주인공에게 집중하게 된다.

'셀위댄스','으랏차차스모부'의 수오마사유키 감독이 맞나싶을만큼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다.
놀라운 것은 수오마사유키 감독도 핑크영화 감독 출신이다.
핑크영화란 일종의 일본 에로영화인데, 남녀간의 정사장면이 주를 이루지만 감독이 정사장면을 일정 이상 연출한다는 전제 하에 자유롭게 영화를 연출할 수 있기에 자신의 연출세계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일본 핑크영화 시장이 지금 일본 영화계의 원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출연진까지 화려하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본 배우들은 거의 다 등장하는 영화이다.
일단 주인공인 카세료의 존재감은 이 영화에서 엄청나다.
비슷한 또래의 오다기리죠가 한 눈에 들어올만큼 개성있는 스타일이라면, 카세료는 보면 볼수록 매력있는 스타일이다.

조연으로는 '큐어', '셀위댄스'의 야쿠쇼 코지가 변호사 역할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식당','토일렛'에서 주로 웃긴 역으로 나오던 모타이 마사코가 피의자의 어머니로,
심지어  '스윙걸즈','노다메칸타빌레'의 감초역할로 등장했던 타케나카 나오토가 피의자의 집주인으로 짧게 등장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한 것인지, 반대로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다수의 손해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 이 영화는 정면으로 묻고 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메시지를 영화적 재미와 함께 풀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좋았다.
게다가 카세료는 정말 기대 이상으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보고 나서도 씁쓸한 여운이 드는데 나는 원래 좀 씁쓸하고 고민하는 맛에 영화를 보기 때문에 좋았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란만장  (5) 2011.01.29
아이 엠 러브 (I Am Love, 2009)  (0) 2011.01.27
아름답다  (0) 2011.01.21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 I Spit On Your Grave, 1979)  (0) 2011.01.21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0) 201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