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영화

모래의 여자 (砂の女, Woman in the Dunes, 1964) 학교 다닐 때 소설창작 수업 들으면서 자주 들었던 소설이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인데, 영화를 먼저 보게 됐다. 두 시간 반의 러닝타임에 흑백영화이기도 하고 지루할까 걱정했으나,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흥미로웠다. 60년대에 이런 화면, 음악을 사용하는 영화라니. 모래의 속성을 너무나도 잘 이용하고 있다. 영화 전체는 사회의 폐쇄성을 모래를 통해 은유적으로 말한다. 테시가하라 히로시의 작품의 다른 작품들을 봐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네이버영화에 등록된 영화가 얼마 없고, 위키백과에는 꽤 많은 작품이 보이는데 확인이 필요할 듯. 봐야할 영화가 늘어난다는 건 기쁜 일이다. 더보기
유레카 (ユリイカ , Eureka , 2000) 구로사와 기요시를 좋아하기 떄문에, 아오야마 신지는 그와 언급되는 감독 중 하나다. 다만 그의 작품을 국내에서 보기 힘들기에, 내가 본 그의 첫 영화도 '유레카'다. 4시간 내내 영화가 빙빙 도는 느낌이다. 버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생존자로서 겨우 돌아왔지만, 피해자임에도 사람들은 그들을 전염병 환자처럼 피한다. 그들이 무엇인가 해보려 할 때마다 보란듯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돌아갈 곳도 없는 이들이고, 목적지도 없다. '유레카'는 반드시 마지막까지 응시해야 하는 작품이다. 최근에 본 작품까지 통틀어서 이렇게 엔딩에서 큰 감흥을 얻은 작품이 없다. 마지막을 향해 가기 위해 4시간의 러닝타임을 끌고 나갈 감독은 많지 않다. 엔딩만으로도 계속해서 기억하게 될.. 더보기
해피 아워 (ハッピーアワー , Happy Hour , 2015) 5시간의 러닝타임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져서, 소소한 일상을 다룬 영화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잔잔하지 않아서, 러닝타임도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앞부분 워크숍 장면과 뒷부분 낭독회 장면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인 소통과 관련해서 중요한지라 꽤 길게 응시한다. 영화 제작 과정이 더 흥미롭다. 2013년에 감독이 연기 경력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연 워크숍에서 5개월 정도 함께 한 이들을 직접 캐스팅하고 시나리오를 바꾸고 크라우디 펀딩으로 460만엔 정도 되는 제작비를 조달해서 영화가 완성됐다.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거다. 30대가 넘어서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지금도 나의 가장 친한 이들은 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들이다. 졸업사진을 .. 더보기
쉘 위 댄스 (Shall We Dance? , 1996) 전형적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많은 즐거움을 주는 영화라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스윙걸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분명 갈등이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가 사랑스럽다. 와타나베 에리와 다케나카 나오토, 두 배우 모두 '스윙걸즈'에 나온 사실이 재밌다. 야쿠쇼 코지는 공무원을 하다가 우연히 연극을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우연히 춤을 추기 시작한 캐릭터는 그의 삶과 닮았다. 쿠사카리 타미요는 발레리나였으나 이 영화를 계기로 배우로 데뷔한다. 최고의 무용수이지만 매너리즘을 겪고, 후에는 수강생들에게 자극을 받는 캐릭턴느 그녀의 삶과 닮았다. 배우들이 가진 사적인 역사와 영화 배역이 참 잘 맞은 것 같다. 감독 수오 마사유키와 쿠사카리 타미요가 이 영화를 계기로 부부가 된 건 영화를 보고 나서 알았다. 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