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화지 - 격변



우리 엄마는 영혼이 너무 착해서
날 가르침에 있어 이 세상과 좀 상반됐어
더러운 것은 보지 말랬고 내 어린 눈을 가렸고
허나 그 냄새까지는 어쩌겠어

열네 살 무렵에 홀로서기를 시작했던 나는
늘 배운 대로 악령들을 밀쳐냈어 나름
허나 거리의 악취는 나를 잠식했지 어느새
착하고 싶어도 세상이 악한데 뭘 어떡해

하늘거리는 커튼 뒤의 세상은
온실에서 지켜봤을 땐 그 화려함이 괜찮어
허나 도시의 독한 매연은
나를 어느 순간 에워싸고 있었고, 난 곧 익숙해졌어

누군가 다가와서 말했지,
바른길을 택한 자는
이득보단 못 누릴 게 많겠지,
이 세상은 얼음장같이 추워, 그걸 알아야 돼
난 고갤 끄덕였지만, 진짜 그리 살아야 돼?

착한 척은 아닌데, 말이 나와서 말인데
세상이 엿 같아도 그 절반은 낮인데
간혹가다 따뜻한 이들도 필요하잖아
그래서 돼주기로 했어 기댈만한 그 사람

근데 그거 알아? 내가 좀 져주고,
내가 좀 양보해서 평화를 지키려고 하면,
이 세상은 내 호의를 당연시 여기고
쟨 원래 저런 놈이라며 호구 취급했지 어김없이
비교적 어린 나이에 그걸 깨닫고,
호의적의 의를 전으로 바꿔 매달고,
나를, 오직 나를 위해 살아보자 했지
조금 이기적이더라도 지친 걸 보상받겠지?

재미없거나 내가 힘들면 더는 안 해
섹스는 환영인데 연애는 결사반대
쾌락에 목이 메어 살았지, 할 건 다 해봤어
손가락질하지 마, 너 이런 내가 돼봤어?

행복할 권리는 나도 있어 한번 사는 인생인데
대체 왜 손가락 빨고 있어? 남을 위해 산다는 건
미련 맡고 지쳐 일어나자 화지야,
너 계속 이러다가 미쳐

남이 말하는 그 성공담에 부응하지 마
넌 네 갈 길을 가, 네 모든 기회들은 마지막
다시 오지 않아, 어떤 노림수도 안 통해
꼴리는 대로 살고 죽을 때는 박장대소해

처음의 그 설렘을 잊지 마
설령 넘어지더라도 기억해
네가 느끼던 회의감 약해빠져서 약쳐먹고
뒈지려고 그랬던 과거를 부정하지 마
그건 네 안일함.

감사할 줄 알아
네가 가진 모든 경험. 널 믿는 사람들
그리고 식지 않는 영혼 육체가 썩더라도
기억되면 삶은 영원해 그니까 걸어
네 발자국 소리 울려 퍼지게

독불장군으로 달려왔어 여지껏
네가 뭐라 해도 이런 내가 멋있어
죽을 고비를 주는 것은 투병 말고 더 있어
내 우울. 그걸 이겨낸 난 말해
난 생존했어

더는 누구에게도 안 기대
내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것은 헛된 기대
누구나 현재진행형인 싸움이 있기에 손가락질 안 해,
그저 묵묵히 내 것에 임해

이런 나에게 외로움이 벌이라면
그 또한 나 달게 받을게, 나의 업이라며
맘을 굳게 걸어잠근 게 나쁜 것 만은 아냐
나를 좋다 하거나 싫다거나 이 모습이 나야

근데 때로는 나 밤에 잠을 설쳐
이대로 괜찮을까, 내 분노가 내 힘의 원천?
가끔은 나 인간 된 걱정들에 뒤섞여
나를 열어줄 당신을 기다려, 이런 내 격변 속에서




실험적인 비트들, 진정성이 느껴지는 가사들.
아마 계속 회자될 앨범이 되지 않을까.

전곡 모두 슬픈 편지이고, 분노와 체념으로 쓴 일기이다.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정현 - 서두르지 마요  (0) 2012.06.19
언니네 이발관 - 아름다운 것  (0) 2012.06.16
윤상 - 영원 속에  (0) 2012.06.15
어떤사람A - 두 사람 남과 여  (0) 2012.06.09
One Punch - 시간은 길지 않단다  (0) 2012.06.09